사회가 중독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주로 중독자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중독행동은 행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이해관계자(CSO: Concerned Significant Others)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독자가 회복되어 돌아가야 할 곳도 바로 가정이란 울타리를 넘어서는 ‘지역사회’이다. 그러므로 중독문제를 이야기할 때에는 늘 중독자가 주변에 미칠 영향과 그의 삶의 터전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관리중독회복훈련’, 즉 SMART 프로그램에는 ‘지역사회 접근 강화 및 가족훈련(Community Reinforcement Approach and Family Training : CRAFT)’이 있다. 즉 지역사회와 가족들이 중독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관한 내용들을 알리고 실천하도록 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중독자의 선택과 관계없이 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중독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며, 회복을 지향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빚을 대신 갚아주는 등 중독자의 실수를 해결하지 않기, 그의 행동으로 인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삶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관계를 통제하기, 새로운 대응행동 패턴을 습관화하기, 상황이 위험해질 때 인식하기, 빠른 탈출계획 수립하기(재정, 법률문제 자문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격려하기, 중독행동을 다시 하거나 회복일탈행동을 할 때 촉발요인 파악하기, 회복활동 지지 및 격려하기, 오래된 문제 해결하기 등 실로 많은 일을 고민하고 수행해야 한다.
서양보다 가족관계가 더 끈끈한 한국의 실정에서는 ‘매정하게 남의 일처럼’ 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치료방법을 택하든 더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치유와 회복 노력을 기울였을 때 다른 치료방법보다 2~6배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회복에 도움을 주는 든든한 지지자,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격랑에 함께 휩쓸리지 않으면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情)’이 많은 사회다. 때로는 합리성보다는 정이 일을 그르칠 때가 있다. 바로 ‘질병’인 중독자의 치유에도 ‘과학보다 정에 끌려’ 회복을 지체시키고 더 큰 낭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일처럼 여긴다면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최종적인 책임은 도박행위자에게 있는 것’이라는 책임회피나, ‘같이 불법을 저지르니 나만 나쁜 게 아니지’라는 공동책임론 역시 ‘중독자의 양산과 치유’에서 면탈되지 않는다. 한국에는 합법적인 도박으로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복권, 스포츠진흥투표권, 소싸움 등 7종류가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수가 많은 편이다. 또 혹자는 사행사업을 운영하는 주체가 정부 공공기관이라는 것을 문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에 따라 수많은 신종도박이 등장하고 있으며, 국경을 초월하여 성행하고 있다. 신종도박 욕구를 법적 규제가 가능한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법의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관리방안 필요

중독자의 회복을 논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중독자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제도 정비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불법도박으로 인한 폐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병역이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행정제재를 받게 되며, 심지어 의도적 병역의무 면탈로 인해 입국이 금지된 사례도 있다. 병역법 위반처럼 불법도박으로 국민의 몸과 마음의 병을 유발한 경우에는 엄중히 처벌하고, 그로 인해 얻은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도록 제도와 실행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도박을 하는 사람도 ‘문화오락’의 범주 내에서 즐기는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고, 사업자 역시 중독자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은 질병임으로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치유가 필요하며, 주변 이해관계자의 적절한 개입이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 특히 가족이 중독이라는 질병으로 신음하지 않도록 적절한 간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독자가 완벽하게 중독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역사회가 그들이 삶의 터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이 갈 곳은 가정과 지역사회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나 유전병이 아닌 일반 질병의 경우에는 연령, 신분, 개인의 성격이나 품성 등 사람을 가려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도박중독 역시 게으르거나 교육수준을 봐가면서 걸리는 질병이 아니며. 꼭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옮기는 병도 아니다. 기계를 이용하거나 원거리에서도 ‘함께’ 행할 수 있는 놀이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질병이란 의미도 된다. 누구라도 도박중독의 안전지대에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회복을 위한 노력도 반드시 성공하여야 하지만, 중독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어 잘 관리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도박을 사회를 좀 먹게 하는 ‘죄악재’로 여겨 노름꾼을 지역사회에서 추방하고, 더 이상 도박을 할 수 없도록 얼굴에 문신을 하여 낙인을 찍고, 관직을 삭탈하거나 신체를 절단하기도 하였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요즈음에는 기술발전에 따라 더 다양한 도박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허가하여 양지로 끌어내 관리’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회복 역시 중독자에게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닌 것처럼 도박관리의 주체는 도박을 하는 사람, 사업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의 이해관계인, 심지어 학교의 선생이나 경찰 등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