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도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마약·알코올·담배 중독처럼 질환으로 분류했다.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게임 행동 패턴’이라고 정의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는 2022년 1월 1일부터 질환으로 분류 적용될 예정이다. WHO에서는 게임 이용 장애 진단 기준을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며 끝내지 못하는 경우’,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행위’, ‘게임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의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이러한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 이용 장애로 분류된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들어 PC가 급속히 보급되고 게임을 접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신적·물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게임 중독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게임을 주로 전자오락실이나 PC방 등에서 돈을 내고 해야 했기에 시간 및 장소의 제약이 있었고, 중단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의 사용과 광범위한 인터넷 게임으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더 게임 중독이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게임은 일상에 재미를 불어넣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하면 엄청난 독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사람들이 게임 의존성을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 중독을 단순히 개인 의지의 문제로 여긴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우리 뇌에는 충동과 욕구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영역이 있다. 이 영역을 ‘안와전전두엽’이라고 하는데, 안와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충동과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문제는 뇌 기능의 선천적인 문제와 심리적 요인, 환경적인 요소 등이 결합되어 발생한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도 게임 중독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40대의 76%, 50대의 56.8%가 지난 1년 간 PC, 모바일 등의 게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공공장소인 PC방과 오락실 이용 비중은 줄었지만 개인 PC와 모바일 이용 시간은 늘었다. 청소년들은 물론 중년층 역시 이런 경향을 따르고 있다.

의지 문제가 아닌, 전문가와 가족의 도움 필요해

게임 중독은 대부분 ADHD, 우울증, 조울증, 아스퍼거증후군 등의 공존 질환을 동반한다. 사실 게임 중독과 공존 질환은 무엇이 먼저인지 인과 관계를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공존 질환 증상으로 게임 중독이 나타날 수 있고, 거꾸로 게임 중독으로 사회생활이 제대로 안 돼 공존 질환이 발병할 수 있고,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게임을 할 때 노출되는 전자파는 뇌 건강에 영향을 줘 증상을 악화시키고 치료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게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은 이러한 공존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를 함께 치료해야 게임 중독이 호전된다는 점이다.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 빠질 경우에는 학교생활 부적응, 사회성 저하, 불안, 우울 증상, 낮은 정체성 등을 보인다. 특히 가장 많이 하는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 과의존과도 연관이 깊다.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 현황은 청소년이 가장 취약하며, 유·아동의 경우는 최근 3년 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오랜 시간 동안 무리하게 게임을 하면 손목 질환과 어깨 저림, 요통 등 근골격계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수면 장애로 주의력 결핍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일반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게임 중독 치료에 있어서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청소년의 경우 대체로 보호자와의 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절제를 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PC는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 하게 하며 이를 지킬 시에는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 또한 연령에 관계없이 어떤 형태든 게임 중독이 걱정된다면 의사와 반드시 상담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실 관계에서 가족이 함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을 찾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를 많이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체활동과 대인관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