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일생을 통틀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던 50대 작곡가 명우(주인공)가 죽기 1분 전, 시간여행 가이드 월하와 함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 기억여행을 떠난다.
명우의 첫 기억은 1984년, 봄날의 광화문 거리에서 사생대회에 참가한 18살 자신의 모습이다. 그곳에서 한 살 많은 고3 수험생 수아를 만나고, 어느덧 명우는 고3, 수아는 대학 신입생이 된다. 명우는 수아와 평범하게 사랑을 키워가길 꿈꾸지만, 수아는 시민들이 군사정권 아래 고통 받는 현실을 목격하고, 이를 하나씩 바꾸고자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대학생이 된 명우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유치장까지 다녀온 수아. 두 사람의 길은 조금씩 엇갈리고, 수아는 자신과 함께하면 고난뿐일 거라며 이별을 고한다.
시간이 흘러 명우는 대학 후배 시영과 사랑에 빠지지만, 언제나 그의 노래의 대상이 되는 건 수아다. 시영과는 한강에서 대부분의 추억을 쌓았지만, 그의 노래 가사에는 늘 광화문과 정동길, 덕수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영은 힘들게 얻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두 사람은 인연을 이어나간다. 그러다 2002년, 지하철에서 우연히 수아와 마주치고, 그 사이 시영과 결혼한 명우, 서클 선배와 결혼한 수아가 서로를 바라보며 아련함을 자아낸다. 이제 장년이 된 정우는 다시 한 번 수아 부부와 마주치고, 그녀의 남편은 명우와 수아가 연락해도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명우의 생각과 추억, 음악이 마구 헝클어진다. 어디서부터 현실인지, 어디까지가 공상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그때, 추억 속 수아가 자신의 공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수아와 헤어진 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장년이 된 후 딱 한 번 우연히 스쳐간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어렴풋한 첫사랑보다 현재의 사랑이 더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명우의 기억을 따라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면서 여러 추억의 노래가 등장한다. 노래 ‘광화문 연가’, ‘소녀’,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등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사랑받은 故김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이 어우러져 최고의 하모니를 선사한다.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뒤돌아보면 귀하게 여겨질 순간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흘려 보낸 건 아닐까? 존재 자체로 빛나는 우리의 인생, 그 안에 자리한 소중한 기억과 추억들을 떠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