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중하게 검토했는데 왜 후회하는 일이 생길까?
임상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선택, 결정’에 관한 고민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직장, 진로, 여행지, 투자, 사람 사귐, 음식, 모임 시간과 장소, 학교, 교통수단 선택 등 우리 삶에서 크던 작던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다음 사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추운 날씨에 버스가 지연 도착해서 겨우 버스를 탔는데, 연착된 관계로 사람이 가득해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하차하면서 뒤를 보니, 텅텅 비어있는 다음 시간 버스가 따라온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비슷한 일이 생기면 모처럼 온 버스는 보내고 곧 뒤따라올 텅 빈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아주 편안하고 여유 있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일한 상황인데 다음 버스 역시 계속 지연되어 1시간 이상을 기다리다가 결국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돈, 시간 모두 낭비하게 된 겁니다. 여유 있던 마음도 다급해지고 쫓기듯 모임장소로 이동하게 되었지만 10분 정도 약속시간에 늦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를 읽어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 ① 몹시 분개하면서 ‘재수 없는 날이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투덜댄다.
- ② 잔머리 굴리다가 된통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음 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지?
- ③ “그냥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하루를 허둥대지 않도록 조심하며 지내려 노력한다. 꼬인 일정과 감정이 다른 일에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보거나, 1번~3번 중에 한 가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반응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우리 삶에서는 이런 일들이 형태만 달리할 뿐 계속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정보를 철저히 수집, 분석하고 갖은 노력과 전 재산을 투자해 개업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폐업 위기를 맞은 분들도 많습니다. 급작스런 환경 변화로 낭패를 겪게 된 겁니다. 최고의 직업으로 인식되던 항공기 조종사는 택배 알바를 뛰고 조종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개업하신 분, 조종사 모두 최선을 다했고 과정은 신중했습니다.
우리 생활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승 후보자로 4년을 준비한 올림픽 경기에서 예선 탈락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종종 봅니다. 또한, 착하게 사는데 힘든 생활을 하고, 못된 짓 하는 사람이 잘 사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신중하게 검토하되,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미처 못 본 사각지대를 찾아서 교훈을 삼도록 하고, 마음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좋은 결과로 만족스러운데, 내년에 그로 인해 안 좋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늘 완벽한 선택, 후회를 경험하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2. 내가 하는 선택은 늘 좋은 결정이어야 해!
직장인들은 상급자 중에 의사결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부하 직원이 여러 방면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결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어떤 선택, 의사결정을 하면 그에 따르는 장점과 단점, 내외부 저항이 뒤따르게 됩니다. 때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좋지 않은 평가도 존재합니다. 자신은 늘 잘해왔기 때문에(자신의 생각으로는) 좋지 않은 평가는 피하려고 하는 겁니다.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결정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늘 한방에 성공적인 것만 추구하려다 보니 피곤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 ① 성적이 좋고, 늘 칭찬받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
- ② 무슨 일을 하면 늘 비난받고, 그것 밖에 못한다고 핀잔 받는 사람
위 두 가지 타입 모두 어떤 선택을 하든 망설이게 되고, 선택을 한 이후 결과에 대해 계속 함몰되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매번 성공적인 결과만 얻으려는 마음은 ‘도박’과 같습니다. 올림픽에서, 월드컵에서 매번 우승만 거머쥐는 경우가 있을까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아니라 선택에 대해 성찰하고 개선하려는 마음’을 함께 키우는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3. 선택과 후회, 도박
늘 성공적 결과에서 느끼는 희열만 맛보려는 마음 자세를 경계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마음을 키워왔다면 ‘도박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자극과 만족감이 있어야만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마음이 커지게 되고, 일상에서 반복되는 삶에는 감각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밋밋한 삶을 받아들이고, 성공적 결과와 후회스런 결과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기본입니다. 생로병사, 나이 들어가는 것 모두가 삶의 기본 요소이듯이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받아들이던 안 받아들이던 결과는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낼 거니까요.
최근 치러진 수능에서 상위권 학생 중 어려운 수학 문제를 겨우 풀었는데 마지막 답 두 개를 두고 고민하다가 틀린 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위권 학생은 뒷부분 문제를 모두 찍었는데 상위권 학생이 풀지 못한 문제를 포함해서 5문제를 모두 맞추고 등급이 높게 나온 경우가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점수는 그들 앞에 제시될 겁니다.
늘 좋은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만 나와야 한다는 마음의 기대는 뾰족한 첨탑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태롭습니다. 나도 모르게 일상생활에서도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모든 선택을 대하게 되고, 그런 자극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 응어리지고, 해결되지 않은 심적 갈등, 문제점이 ‘도박’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도박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화투, 경마, 바카라, 카지노, 경륜, 온라인 게임 등 종류와 방식 역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도박은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어떤 것을 택하든 성공적인 체험과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결과물, 그로 인해 시원한 기분을 느끼며 현실에서 불편한 것들을 모두 없앨 수 있다는 마음이 빚은 선택입니다. 아래 마음은 도박에 의존하게 만드는 마음의 태도들입니다.
4. 마음의 균형 만들기와 나를 보호하기
어른이 되고 성장한 만큼 마음의 사이즈를 함께 키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커지면 여러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도박에 관심을 안 가져도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참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밋밋한 일상’은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입니다. 소위 말하는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일상은 희망, 즐거움, 분노, 힘듦, 좌절, 사랑, 따뜻함 등이 교차되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도 여러분이 원하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뜻대로 잘 조절이 안 된다면 ‘심리적 문제 뿌리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아서 마음 사이즈를 키우시면 좋겠습니다. 빠르고 효과적일 테니까요.
신중하게 선택해도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할 수 있는 삶입니다. 때로는 좋은 점이 많고, 때로는 부족한 점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3) “그냥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하루를 허둥대지 않도록 조심하며 지내려 노력한다. 꼬인 일정과 감정이 다른 일에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한다.」를 권하고 싶습니다. 3)번의 선택은 신중하고, 최선을 다한 ‘스스로를 돌보고,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