궃은 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걷다가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 임영웅 <이제 나만 믿어요> 中
저작권 협회에 등록된 곡만 494곡. 스타 작사가,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김이나는 아이유의 <좋은 날>, <잔소리>,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조용필의 <걷고 싶다> 등 아이돌과 중견 뮤지션들의 감성을 아우르는 노랫말을 발표해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그녀는 원곡의 분위기, 가수의 특징과 가사 속 캐릭터가 딱 맞아 떨어지는 노랫말로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제 나만 믿어요>도 그녀의 작품이다. 김이나는 이 노래를 팬들이 임영웅에게, 임영웅이 팬들에게 또는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미스터 트롯’ 우승자 발표를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 사실 우승자 발표일은 임영웅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김이나는 당시 임영웅이 약간은 담담하게, 그 이야기의 슬픔에 비해서는 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며, “혹시 임영웅 님에게 이런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마음껏 웃지 못할 만한 일이 더 있었던 게 아닐까. 항상 그런 식이어서 세상의 짓궂은 장난 같은 것을 치를 때 분해하거나 울지도 않고 이렇게 쓸쓸한 미소를 짓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가사에서 ‘당신이 힘들고 지친 순간에 곁에 있겠다’는 굳건한 약속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됐다.
노래는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어떤 가사가 붙느냐에 따라 그 노래의 주제와 메시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좋은 가사는 노래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있는 힘을 발휘한다. 김이나는 자신의 책 <보통의 언어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감정의 서랍은 냉장고와 달라서 열고 닫을수록 풍성해진다. 비록 나의 경험치가 아닌 일임에도, 진심으로 내 마음 속의 서랍을 열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 그 속에서 보석 같은 소재를 발견하는 좋은 이야기꾼 김이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