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말보다 둥근 말로
그런 날이 있다. 마음이 울적하고 외로워 아무 이유 없이 울고 싶은 날. 이럴 때는 눈물을 쏟아내도 시원치가 않다. 아무리 극복하려고 해도 자꾸만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느낌이 들 때,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것은거창한 게 아니다. 바로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다. 작가이자 심리학자 앤소니 로빈스는 “말은 감정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행동으로부터 삶의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할 정도로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18년, 한 배달앱의 리뷰 창에서 초밥집 사장과 손님이 주고받은 대화가 화제였다. 초밥을 시켜먹고 글을 남긴 손님은 “사실 어제 자살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초밥이 먹고 싶어서 주문했어요. 안에 메모랑 비누 꽃 감사해요. 받고 펑펑 울었습니다”라며 사장이 보낸 메모와 비누 꽃 장미 한 송이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고 했다. 이에 사장은 “리뷰를 몇 번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떤 분이신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지만 글로 전해지는 말씀 한 마디에 삶의 무게감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지며 댓글을 쓰고 있습니다”면서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열심히 살아주실 손님을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사실 초밥집 사장의 메모는 모든 손님들에게 보내는 단순한 감사의 인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든 현실 속에서 죽음까지 결심했던 손님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 더 따뜻한 응원과 위로로 느껴진 것이다.
우리는 매일 타인과 소통하며 하루를 보낸다. 시시콜콜한 농담부터 진심을 담은 속 이야기까지, 여러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바쁜 일상의 끝에서 가만히 하루를 돌이켜볼 때, 오늘 우리는 다른 사람과 어떤 말을 주고 받았을까? 그중에 나를 위해, 남을 위해 한 말은 얼마나 될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쳐있는 지금,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뾰족한 말보다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는 둥근 말로 서로를 응원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