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도박?

강주식 과장은 근처에 살던 고등학교 동창 김피터에게 연락했다가 뜻밖의 이사 소식을 들었다. 무엇이든 강주식보다 늦던 김피터는 주식투자로 5억을 벌었다고 했다.
“응 내가 코로나때 반도체랑 배터리 주식을 시작해서 몇 개월 버텼어. 운이 좋았지.”
강주식은 2년 전, 3천만 원을 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 되면서 전부 날리고,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기로 아내에게 각서까지 썼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공매도 금지에 양적완화의 시대인데, 혼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사실 요즘 신입사원들도 주식 아니면 부동산 이야기뿐인데.
김피터의 권유로 출퇴근길에 주식 유튜브도 봤다. 좀 늦었지만 주식으로 인생을 바꿀 기회 같아 두근거렸다. 이번에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레버리지의 중요성을 배웠고, 자기 돈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서 마이너스 통장과 CFD 계좌를 활용했다. 남들이 다 아는 우량주는 이미 올랐으니 10배 상승 종목, 텐버거를 노려야 했다. 회사 부장님은 신약이 나올 예정이라며 A바이오에 투자했다는 고급정보를 강주식에게만 알려줬다. 이번에는 확실하다. 수중의 현금보다 10배 많은 금액으로 샀더니, 하루 만에 5%가 올랐다. 강주식의 뇌에는 흥분의 도파민이 가득찼다. 고작 5%를 가지고 만족할 수는 없었다.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그 다음 월요일, A바이오 주식이 쭉쭉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주식은 초조한 마음에 계속 화장실에 가서 주 가를 확인했다.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4시 이후에 겨우 일을 시작해 늦게 퇴근한 강주식에게 아내는 혹시 주식 투자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굳이 전부 이야기해서 아내를 걱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아 A바이 오를 검색하니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했다. 강주식은 살고 있는 기존 집을 담보로 긴급 생활자금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A바이오는 다음 날에 20% 더 떨어졌고, 만회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A바이오의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조작이 밝혀졌다. 강주식은 A바이오의 손실을 만회하려고 경쟁사인 B제약의 주식을 샀다. 제1금융권이 아닌 곳에서 연 23%로 이자율이 높긴 하지만 대출이 가능했다. 만회해서 갚으면 금방인 것이다. 강주식 씨는 결국 5억 이상의 빚을지게 됐다.

주식과 도박의 구분은 마음가짐에 달려

주식투자가 도박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논란이 많다. 바카라나 스포츠 토토를 한 경우보다 주 식투자로 빚을 지고 왔을 때 그것이 도박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하기가 가장 어렵다. 국내 데이터를 바탕 으로 한 논문에서도 주식을 통한 도박은 보다 고학력자들이 선호하며, 자신의 지식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나 도박에 대한 병식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본질적으로 도박은 무엇일까?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무엇일까? 내가 기업을 직접 경영할 수 없으므로 가치 있는 기업의 지분을 갖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통로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고 내 월급은 그대로이고, 현금은 휴지 조각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모든 주식투자가 도박일까? 그건 아니다. 도박의 중요한 속성을 되짚어 보면서 내 주식투자가 도박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첫째,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면 도박이 되기 쉽다. 빚을 내면 일단 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거둬야 하는데, 3금융권의 비싼 이자율로는 워런 버핏의 연 수익률 20%가 나와도 손해다. 그래서 쫓기게 되고, 마치 도박에서 잃었을 때와 같이 만회하기 위한 추격매수를 한다. 또한 빚을 내서 오랫동안 지켜보는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 둘째,
주식투자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되면 도박이다. 주식이라고 말하면서 기업의 가치보다는 확률에 베팅하는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금액을 위험하게 투자했을 경우 당연히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주식으로 인해 생기는 거짓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3 셋째,
도박은 회전이 빠르다. 중독은 행동을 한 시간과 결과를 볼 때까지의 시간이 짧다. 좋은 기업에 투 자해서 몇 년을 기다리는 시간의 힘 따위는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단타나 스윙은 무조건 도박이고 장기투자라고 도박이 아닌 것은 아니다.
4 넷째,
직업이나 학업, 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그건 도박이다. 장이 열리지 않는 토, 일에 금단증상을 느 낄 정도로 주식에만 몰두하는 사람의 마음이 우는 아이를 팽개치고 카지노에 가던 사람의 마음과 아주 많이 다를까?
5 다섯째,
정리하고 나오기 어렵다. 주식투자는 돈을 불리기 위한 것이지만 도박은 재미를 위해 한다. 땄을 때의 쾌감, 보상 회로의 활성화는 그 어떤 기쁨보다 더 강렬하다. 주식에서는 이익을 실현해도 ‘big win’ 당시의 흥분 을 다시 맛보기 위해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해를 봐도 만회를 하려고 계속하게 된다. 조절 불가능한 것 은 도박의 중요한 특징이다.
수익을 내느냐, 손해를 보느냐. 그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삶의 가장 큰 기쁨이자 슬픔이라면 우리 삶이 의미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