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도박중독 재활기관의 등장

지난 2월 말,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 개소식이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강원도 정선, 태백, 영월. 이 세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인접지 역이다.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지역을 거쳐가며, 오랜 도박으로 거처를 잃은 사람들이 이곳을 터전 으로 잡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도박의 이미지로 인해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이러한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사북역 인근에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를 설립했다.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는 정선, 태백, 영월에 있는 장기체류자와 도박문제자에 대한 도박 문제 최소화, 사회복귀를 위한 맞춤형 치유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센터 1층은 사무실과 대기실 및 쉼터, 2층은 프로그 램실과 대기실, 상담실 2개와 치료공동체실 1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상 담사 등 다년 간의 도박중독 상담과 재활 경험이 있는 인력이 상주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 공할 계획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도박문제 재활특화사업, 도박폐해 예방사업, 지역사회 안전망 조성사업 등이 진행된다. 특히 도박문제 재활특화사업의 경우 해밀 치료공동체를 통한 집중회복 프로그램, 직업재활 지원에 집중할 예정이다.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의 임정민 센터장은 “해밀 치료공동체는 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 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건전한 행동과 태도를 익힙니다. 동시에 자기성찰을 하며 더 나은 삶으로의 변화를 추구하죠.”라며, 단도박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든 성인 남녀가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분노와 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심리정서 프로그램, 난방을 위한 연탄, 부식등을 제공하는 동계지원 서비스, 도박문제 재정법률 서비스 및 외래치료비 지원, 가족 연결 서비스 등을 통해 국내 첫 도박중독 재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주요사업

장기체류자를 위한 생활밀착형 프로그램 진행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기타 연주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전국 14개 지역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중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는 조금 특 별한 의미가 있다. 최근 도박 중독 상담을 받는 주요 연령층은 20~40대로 낮아졌고, 중독자 및 가족을 위한 상담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반면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의 관할 구역인 정선과 태백, 영월에는 오랜 기간 동 안 도박을 하면서 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장기체류자가 많다. 상담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도 50~70대까지 의 노년층이 대부분이며, 점점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역 진단 및 환경조사를 통해 맞춤형 프로그 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센터가 상담 위주로 운영됐다면, 저희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저희 센터가 생각하는 도박자의 ‘회복’은 도박을 그만 두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단도박자들은 도박 이외에도 가족관계, 대인관계, 경제 등 다양한 삶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함께 치유해나가고, 그 흐름 속에서 진정한 회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도박자들의 실제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다양한 문제에 공감하고, 치유를 돕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한 회복 을 도모하는 것이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의 가장 큰 비전이다. 실제로 미국의 도박 중독 재활기관 전문가들은 단도 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도박 중독으로 잃어버린 인간관계, 직장, 경제 생활 등의 사회적 기능 향상을 중요한 회복 지표로 보고 있다. 도박 중독에서의 재활은 도박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보다 행복 한 삶, 건강한 삶, 희망적인 삶을 다시금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가 가고자 하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진정한 회복을 이끄는 대표 센터가 되길

단도박은 혼자의 힘으로 해내기 어렵다. 도박을 끊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주변의 관심과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는 국내 첫 도박중독 재활기관으로서 명확하게 자리매김하고, 도박자는 물론 지역사회의 회복을 위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도박에서 벗어나 회복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기관 대 기관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도박 중독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 노력 중인 KLACC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도박 중독 예방 공동 캠페인을 통해 도박 문제의 조기발굴과 개입을 강화하고, 직업재활 및 특화프로그램의 상호 교류, 상담사 간의 사례공유 등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더불어 다양한 지역 사회 기관과 협력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단도박자들을 돕고, 사북/고한 여성 소방의 용대 및 자율 방범대와 함께 고위험 지역 사례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정선도박문제 회복센터는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해밀 문화제 진행, 센터내부 쉼터 개방 등은 도박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다. 임 센터장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2013년 8월에 설립된 이후 도박문제의 예방과 치유, 재활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희 기관에 대해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혹시 가족이나 지인에게 도박문제가 발생했다면 전문기관(도박문제 무료 상담전화 1336)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해주십시오. 저희가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희망의 길로 안내하는 나침반은 되어드릴 수 있습니다.”라며 정선이 관광과 힐링의 도시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합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단도박자들의 건강하고 희망찬 삶을 위한 센터, 지역사회의 회복을 위한 센터를 꿈꾸는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도박자들의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함께 치유해나가고,
흐름 속에서 진정한 회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