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걷는 이유

프랑스와 스페인의 접경지대에 있는 800km의 길. 피레네 산맥 발치의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출발해 산티 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어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성 야고보의 길’로도 불리는 이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로 알려져 있다. 9세기에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고,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 호 성인으로 모시게 되면서 오늘날의 순례길이 생겼다.
짧게는 30일, 길게는 40일 정도가 걸리는 이 도보 순례길을 걷는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종 교적인 소신을 가지고 성인이 잠든 도시까지 걸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일상을 벗어나 오롯한 휴식을 즐기거나, 오랜 시간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만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 고된 길을 택한다. 하루 종일 걸어서 발에 물집이 잡히고, 상처가 나도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위기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 위기를 넘어설지, 피해서 돌아갈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 위기를 넘겠다는 목표 하나로 부지런히 걸어가도 되고, 걷다가 힘이 들 때는 가끔 쉬면서 우거진 숲과 평원, 깊은 계곡과 뾰족한 산맥 등 주변의 경치를 둘러봐도 좋다. 그래도 힘이 든다면 좀 더 쉬운 길로 돌아가도 된다.
부디 완전히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라도 걷고 또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 거창한 목표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신만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당신이 꿈꾸는 미래 는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게 바로 우리가 걷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