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쏟았던 열정이 게임으로 이전

사람들마다 카지노에 대한 거리감은 다르다. 20대 때부터 외국생활 을 했고 업무차 해외출장을 가도 카지노에서 들러 한 번씩 게임을 하 며 스트레스를 풀던 태경 씨에게 카지노는 건전하고 재밌는 놀이문 화였다. 하지만, 유혹의 손길은 우리 주위를 맴돌다 위기의 순간에 다 정하게 손을 내민다. 상승곡선을 그리며 달리던 태경 씨의 사업에 빨 간불이 들어왔다. 조금씩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IMF가 터지면서 수 많은 거래처 수표는 쓸모없는 종이 쪽지가 되었다.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팔아 회사 부도는 막을 수 있었지만, 허 무함은 달래지지 않더라고요.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심적으로 힘들 어지니 현실도피 수단으로 카지노에 가는 횟수가 늘었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만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상처도 컸던 태경 씨는 카지노 게임으로 마음을 달랬다.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도 근무 시간보다 카지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무허가 카지노에서 보내는 날도 허다했다. 그동안 일에 쏟아부었던 열정이 고스란히 게 임으로 이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3년 동안 이런 생활을 하니 폐인이 됐어요. 수중에 돈이 없었지 만, 게임 한 번으로 7천만 원을 벌던 때가 생각나 손에서 놓을 수 없 었어요.”

한 방에 대한 기대감으로 악순환 반복

13년 동안 외국에서 게임에 중독된 생활을 하던 태경 씨는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일상생활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 시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회부적응에 대한 탈출 구는 다시 카지노 게임이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의 늪은 더 깊어 졌다. “게임이 안 풀릴 때 술을 마시곤 했는데, 나중엔 알코올 중독이 되 더라고요. 결국 가족들이 알게 됐고, 자식들을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 를 하면서 조용히 지내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 은 듯 해 보였지만 내면에서는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 새벽기차 를 타고 강원랜드로 향했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강원랜드에 입성한 태경 씨는 근처에 여인숙 방을 얻 어놓고 컵라면 하나 먹어가며 하루 10시간씩 1주일 간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처음엔 즐거운 마음으로 왔지만 결국엔 빈털터 리가 되어 돌아가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집세도 못내고 보증금도 게임 비용으로 날려 2년마다 이사를 하면서 후회를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사채돈을 빌리고 12시간씩 몸이 부 서지도록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돈을 마련해 카지노로 향했 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의 마음은 여전히 ‘강원랜드 에서 한방 터뜨릴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동료상담사양성 과정을 통해 찾은 새로운 꿈

도박에 빠져있던 그가 회복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히 알게 된 KLACC 때문이었다. 여느 때처럼 카지노에 입장하려는데, KLACC에 서 인문치유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당시엔 관심이 없었지만, 게임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복잡하니 공짜로 여행갈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 센터를 찾아갔다. 태경 씨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자신을 되 돌아 보게 됐고, 전문위원과의 상담을 통해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됐 다. 회복 과정 중 친구들이 카지노에서 돈을 땄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 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매정하게 게임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삭제 하고 센터 프로그램에 매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태경 씨는 1년 정 도 상담받으니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특히 동료상담사양성 과정은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한다. “멘토가 되어 내 얘기도 하고 상대 얘기도 들어주면서 치유가 많 이 됐습니다. 과거에 게임하고 돌아설 땐 죽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돌아올 때는 다시 꿈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행복했어요.” 동료상담사양성 과정을 계기로 상담 분야에 관심이 생긴 태경 씨는 현재 사이버대학 특수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제가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저보다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 니다.” 태경 씨를 보면 60대의 나이도 꿈을 꾸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는 KLACC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해 봉사도 하고 새로운 직장도 알아볼 계획이다. 물론 그 과정에 어려움도 따를 수 있지만, 태경 씨 가슴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두렵 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