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도박을 부추기는 유혹의 목소리
도박에 중독되면 도박 충동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도박 중독은 충 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사회·가정에서 자기 역할과 책임을 이행 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일종의 ‘충동장애’이기 때문이다. 충동성은 결과에 대한 고민 없이 내부 또는 외부 자극에 대해 무계획 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충동성은 때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심각한 경우에는 법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충동성의 대표적인 증상이 도박 중독이다. 충동조절장애*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증상은 병적 도박, 병적 도벽, 병 적 방화, 인터넷 게임 장애 등이 있다. 충동조절장애는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반복 하거나, 충동 행동에 대한 통제력이 없거나, 충동 행동을 하는 동안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도박 중독은 처음에 충 동의 문제로 시작해서 나중에 강박성의 문제로 지속되는 경우가 많 아 더욱 위험하다. 도박을 하지 않았을 때 불안함과 불쾌함, 짜증 등 이 유발된다면 충동을 넘어 강박성이 더 커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에게 도박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면한 고통이 너무 크면 신기할 정도로 도박 생각이 사라지기도 하 지만, 도박 충동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 상 황이 바뀌면 또다시 도박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도박중독 치 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도박 충동을 잘 다루는 것이다. 그러자면 도박 충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도박 충동 자극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많은 도박 중독자들은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것을 싫어하고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 만족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도박 충동까지도 이기고 지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도박 충동이 올라오면 어떻게 해서든 충동을 억눌러서 도박 을 하지 않으려 하고, 그것이 도박 충동을 이기는 방법이라 여기며, 내심 뿌듯해 한다. 한두 번은 도박 충동을 상대로 승부하는 것이 효 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생 도박 충동과 전투를 벌일 수 없다는 것 을 알아야 한다.
내면에서 들리는 악마의 목소리에 먼저 말을 걸어 극복
쉽게 억제되지 않는 도박 충동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도박 충 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도 박 충동 치료자들은 대체로 치료 초반에 회피(Avoidance)와 대치 (Substitution)를 추천한다. 회피는 도박을 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무조건) 피하는 것이며, 대 치는 도박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도박에 중독되었다고 항상 도박 충동이 심한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도박 충동이 심해지는 시간, 상황이 다르다. 그것을 찾아내 는 것이 회피와 대치 방법을 적용하기 위한 시작이다. 많은 도박 중독 자들은 도박을 함께 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 도박을 하던 장소를 방 문하거나 지날 때, 도박을 하던 날과 시간, 또는 특정한 기분에서 도 박을 했을 경우 등에서 도박 충동을 느낀다. 회피 방법을 사용하려면 도박을 함께 했던 사람과 인연을 끊어야 한다. 일상생활 중 도박을 하던 장소를 자주 가게 된다면 동선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러한 ‘회피’와 ‘대치’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반박’과 ‘논쟁’의 단계 로 넘어가야 한다. 일시적으로 도박 충동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고 해서 회피와 대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회피와 대치만으 로는 도박 충동이나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박’과 ‘논쟁’의 단계가 필요하다. 스스로 도박으로 인해 얻 게 될 기대나 이득을 반박하고 논쟁해야 한다. 도박 충동이 강해지면 대체로 도박을 했을 때 얻게 된 이득(경제적, 정서적, 사회적)이 먼저 강하게 떠오르고 도박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는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도박 중독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시야’가 생기는 것이다. 터널 시야 상태에서 도박 충동이 올라온다면, 도박을 하도록 꼬드기는 내면의 도박 충동을 ‘악마로 이미지화’하여 반박하고 논쟁하는 연습을 해보자. 이때 도박을 하지 않기로 선택함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 지고 반박하고 논쟁하는 것이 더 좋다. 이 방법은 부정적인 결과를 상 상할 때 받게 되는 소위 ‘정서적 충격’이 없으며 부정적인 결과를 생 각하는데 소모되는 막대한 심리적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 다. 도박 충동의 꼬드김을 그대로 역이용하는 방법이다.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은 체계적이지 않고 모호하다. 도박 충동이 만들어 낸 생각의 의도는 결국 도박 중독자를 다시 도박 을 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근거와 체계가 없다. 근거와 체계가 있 는 논리로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납득시켜 도박 충동의 검은 유혹을 뿌리치는 순간 더 풍요로운 인생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터널 시야 상태에서 도박 충동이 올라온다면,
도박을 하도록 꼬드기는 내면의 도박 충동을
‘악마로 이미지화’하여 반박하고 논쟁하는 연습을 해보자.
- *편집자주
- 도박중독은 DSM-5(2013)에서 물질관련 및 중독장애 중 비물질관련장애 내 도박장애(Gambling Disorder)로 그 분류와 명칭이 바뀌었으나 이 글에서는 ‘도 박충동’을 설명하기 위해 DSM-Ⅳ의 충동조절장애로 설명하고 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