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절정에서 맞닥뜨린 절망

지난 2005년, 공중파와 케이블TV에서 무려 10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권영찬 씨가 갑자기 TV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인기 개그맨 권영찬 구속’이란 소식이 헤드라인을 점령했고, 시청 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독보적인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재치 와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한 언변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던 그가 아니던가! 사필귀정(事 必歸正), 그는 결국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상대는 무고죄로 처벌을 받았지만 마음 의 상처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그야말로 방송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1992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이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살 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다시 방송에 복귀하긴 했지만 스스로 마음 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상담심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이 세상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힘든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왕 시작한 공부, 권영찬 교수는 제대로 몰입해 보기로 했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그의 천성 대로 공부에도 최선을 다했다. 2013년 연세대학교 상담코칭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 한 그는 2015년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센터에서 인턴과정을 밟았다. 이 어 국민대학교에서도 문화심리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공의 절정에서 절망과 맞닥뜨렸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를 통해 상처를 치료하며 또 다른 희 망을 키워갔다. 

연예인이 도박중독에 빠지는 이유

현재 권영찬 교수는 커넬대학교 한국캠퍼스 상담학 정교수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상 담코칭심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이 연예・스포츠인 전문 상담가로 성장할 수 있 도록 육성하고 있다. 아울러 연예인의 도박중독에 대한 강연도 진행하고, 연예인 1호 상담심 리학 박사로서 연예인 성폭력 예방센터 소장, 연예인 자살 예방센터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 다. 그가 특히 연예인들의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인 생활을 워낙 오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더 갔습니다. 연세대학교 석사학위 시절, 연예인의 성 중독과 도박중독에 대한 발제를 한 적이 있어요. 연예인은 경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이지만, 그만큼 생활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도박중독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또 직업의 특성상 해외에 체류할 기회가 많기에 더욱 그렇고요. 처음엔 레저로, 스트레스를 풀 요량으로 도박에 손을 댔다가 도박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요.” 권영찬 교수는 도박을 오락이나 레저로 즐기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설 날이나 추석 때 가족들이 모여 고스톱을 치는 건 레저다. 하지만 도박에 집착해 규정된 범위를 넘어서면 중독이 된다. “저도 가족들과 함께 강원랜드로 여행을 갔을 때 블랙잭이란 게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리 금액을 정해두고 아내와 함께 가서 딱 그만큼만 하는 거죠. 스스로 정한 규칙이나 범위, 금액 을 지키면 얼마든지 오락으로 즐길 수 있어요.” 더불어 권영찬 교수는 조언한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도박중독에 빠졌다면 혼자 해결하기 보 다는 가족과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도박중독이 알려질 경우 비난과 지 탄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도박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꾸준한 상담과 치료이기 때문 이다. 상담을 통해 왜 도박에 빠지게 됐는지, 평소 어떤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차근차 근 풀어가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권영찬 교수가 연예인들에게 무료 상담을 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박중독’이란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하고픈 마음이다. 

도박중독에 빠졌다면 혼자 해결하기 보다는
가족과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도박중독이 알려질 경우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도박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꾸준한 상담과 치료이기 때문이다.

나눔과 봉사에 중독되다

권영찬 교수는 기업교육맞춤 컨설팅 기업인 ‘권영찬닷컴’의 대표로 여러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꿈과 희망’, ‘자기 계발’, ‘행복’ 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권영찬닷컴’엔 이호 선 교수와 최일구 전 앵커 등 40여 명의 강사들이 속해있는데, 이들의 능력을 발굴해 스타강 사로 키운 사람이 바로 권영찬 교수다. “‘권영찬닷컴’ 소속의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 중엔 개그맨 황기순 씨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한 선배이기도 한데, 황기순 씨는 도박중독에서 벗어나 강사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또 다양한 나눔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삶의 또 다른 기쁨을 누리고 있고요. 연예인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박을 통해 자신의 불안감을 채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기 에 대한 불안함이나 스트레스를 명상이나 운동 그리고 봉사로 돌려 보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봉사와 나눔에도 중독성이 있거든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건강한 중독이죠.” ‘나는 봉사와 나눔에 중독됐다’고 덧붙이는 권영찬 교수. 그는 지난 2014년부터 한부모가정사랑회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마스크 1만장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권영찬 교수 는 2012년부터 ‘시각장애인 100인 개안수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덕에 현재 59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빛을 되찾았다. 그가 이렇게 나눔과 봉사에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는 이 유는 무엇일까? “2007년 세트장이 무너지는 사고로 인해 8시간의 대수술과 함께 6개월간 병원에 입원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함부로 쓰지 말자, 늘 긍정적 인 마음으로 다른 이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이후 정말 그렇게 살고 있고요.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면 더 이상 힘들지 않습 니다. 다른 이를 위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고요. 제가 요즘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올리는 것도 영상을 보는 이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드리기 위함이에요.” 인생의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절망이 찾아왔지만 권영찬 교수는 그 안에서 희망을 찾 았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희망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무료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앞으로도 그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으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상담심리학 박사로,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스타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이 어가길. 그리하여 민들레 꽃씨 날리듯 더욱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