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새로운 막을 위한
암전의 시간

“여행을 못해서 스트레스 받지는 않아요. 여행을 즐긴다는 게 단순히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떤 환경에 도 적응을 잘 한다는 의미더라고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상황 속에서는 평생 집안에만 있던 사람처럼 적응을 잘 하고 있어요.” 손미나 작가가 여행가의 덕목을 색다르게 해석한다. 무조건 떠남을 갈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을 잘 하는 것. 누구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을 제법 의연하게 맞는 건 특유의 여행가 기질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재난이라면 마냥 불평하고 불안해하기 보다 는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는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코로나19라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자극적인 즐거움에 빠지 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문제는 이것들은 더 큰 자극을 부를 뿐 건강하게 해소가 안 된다는 거예요. 전 단순한 정리가 정신건 강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집안 정리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둔 일들이든 말이지요.” 손미나 작가는 지금의 멈춤을 ‘연극 무대에서 장이 바뀌는 시 간’에 비유한다. 암전의 시간동안 부지런히 무대장치를 바꿔두 어야 다음 장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법. 그녀의 이 긍정 에너지는 세계를 누비며 얻은 지혜이기도 하다. 아나운서 를 그만두고 떠난 스페인은 유쾌한 사람들로 가득한 열정의 나 라였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근심에 차 있으면 ‘노 빠사 나다(별 일 아니야)’가 들려온다. 인생을 뒤흔드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웃어넘기라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해결하지 못할 일은 포 기하라는 친구들 덕에 힘을 얻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현재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열심히 살면 행복이 온다?는 말 이 있는데, 스페인 친구들은 미래를 장담하듯 현재를 희생하 는 태도를 오만하다고 했어요. 어떻게 미래를 그렇게 쉽게 장 담할 수 있냐고요. 태어나서 죽음으로 끝나는 삶의 여정을 ‘비 극’이라고 전제하는 스페인 사람들은 그 때문에 오히려 현재 의 삶에 집중하죠. 실패도 좌절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현 재를 긍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스페인에서 배운 현재에 집중하는 삶은 현재를 긍정하는 삶으 로, 또 어떤 일이든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로 이어져 지금의 손미나를 이끌었다. 

더 큰 세상과의 연결, 행복을 찾는 여정
세상을 좀 더 넓은 품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접하고
만나보는 것 만한 것이 없다.
그 과정에서 차이를 인정하면 갈등도 줄어든다.

더 큰 세상과의 연결,
진짜 행복을 찾는 여정

아나운서를 거쳐 여행가, 소설가, 번역가로 변신한 것은 물론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인생학교 서울’ 교장,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 등 다양한 활동을 거침없이 이어온 손미나. 문 득 궁금해진다. 이 다채롭고 왕성한 활동을 관통하는 메시지 는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커넥션(connection)’, 즉 ‘연결’을 말한다. 왜 연결하고 싶어졌는지를 따져가다 보면 대학시절 교환학생과 어학연수 때 접한 다른 문화와의 연결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우리에게 다양성이 부족하 다는 걸 느꼈어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기 준으로 서로를 비교하며 ‘이게 행복이야’, ‘이게 1등이야’라고 단정하지요. 사람 수대로 자기만의 행복이 있는데 그동안 나 만의 가치를 갖는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고요. 자기 멋에 사는 외국 친구들의 태도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을 좀 더 넓은 품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접 하고 만나보는 것 만한 것이 없다. 그 과정에서 차이를 인정하 면 갈등도 줄어든다. 언택트(untact·비대면)가 강조되는 환경에서도 손미나 작가 는 꾸준히 연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이미 세계와 통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 코로나19가 한 창이던 지난 3월, 스페인어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법과 상황 을 현장감 있게 전한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먼저 겪기도 했고 봉쇄 없이 대처를 잘 해왔기 때문에 스페인에 있는 기자 친구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아 인터뷰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어요. 이게 큰 반응을 일으켜 스페인,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 국가 의 주요 방송프로그램과 인터뷰까지 하게 됐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언론인의 사명과 스페인어 능력이 만나 우리나 라의 코로나19 모범 대응법을 세계에 알리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더 가까이, 더 큰 영향력을 주 고받을 수 있는 유튜브 플랫폼. 손미나 작가는 스스로 잘 이야 기 할 수 있고, 구독자에도 보탬이 되며, 꾸준히 소통할 수 있 는 콘텐츠로 채널을 채우는 중이다. “글로벌 이슈, 외국어, 멘토 등의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있어요. 한국어에 관심있는 외국인 구독자들도 많아요. 온라인은 국경 이 없잖아요. 얼마든지 세상을 내 무대로 만들 수 있지요. 언어 라는 무기가 그만큼 중요하고요.” 

나를 치유하는 시간,
스스로를 긍정하세요 

손미나 작가는 그간 여행을 통해 많은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 가족처럼 지내는 프랑스의 80대 할머니는 그녀가 부정적인 생 각을 할 때마다 ‘갤럭시(galaxy・은하)!’를 주문처럼 외친다. 드넓은 우주를 떠올리는 순간 현재 마음 졸이는 일은 별것 아 닌 듯 가벼워지는 마법이 발휘된다. 시간이 멈춰버린 나라 쿠 바. 관광객에게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 들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쿠바인들이 묻는 다. ‘당신들은 많은 걸 가지고 있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나요?’ 오랜 제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쿠바인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 는 것 안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는 법을 안다. “우리도 지금 많이 갇혀 있잖아요. 지나치게 부정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갤럭시!’를 외쳐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게 아닐까. 손미나 작가는 2년 전, 아찔했던 교통사고를 계기로 여러 타이틀을 내려두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집중했다. 열심히 산다는 핑계로 스스로 를 혹사 시키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손미나 작가는 자신을 내 버려둔 채 달려온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과정을 책으로 담아냈다. “신간 <어느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는 나를 진짜로 사 랑하게 만든 과정을 담은 책이에요. 멈추고 싶지만 멈추지 못 하는 한국인, 마음이 아픈데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야기에요.” 인생이라는 긴 여행은 결국 끊임없이 삶을 긍정하며 나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잠시 멈춤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회에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손미나 작가는 세상과의 긍정적 연결을 꿈꾼다. “코로나19나 환경문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으로 함께 의논하며 풀어내야 하죠. 그만큼 소통과 연결이 중 요합니다. 저 역시 국제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민간 차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유튜버 꿈나무라며 웃어 보이는 손미나 작가. 그녀의 여 행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