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힘이 세다

“안녕하세요? 먼저 멜로디에 맞춰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음악 치료 상담사 박은주 씨가 키보드 건반을 누르며 노래를 시작했다. 밝고 활기찬 목소리에 주변 공기가 가볍게 들떴다. 테이블을 사이 에 두고 상담사 맞은편에 앉은 세 명의 참석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 중 한 사람이 “저, 제 이름은…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라며 조 심스레 목소리를 냈다.
“목소리가 안 나와도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미, 도, 솔 건반을 차례로 눌러 상담사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참석자들은 처음엔 어색해하다 이내 멜로디에 기대 자신의 이름과 나이, 그 밖의 소소한 것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도 박에 빠지면 자신이 도박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는 도피하는 편을 택한다고 말한다. 궁지에 몰린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린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럴 때 음악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다. 단순히 이름 석 자를 말하고 간단한 소개를 하는 것뿐이지만, 음악이 더해지면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한결 누그러지고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나를 지키려면 감정에 솔직해 져야

테이블 위에 음의 높이가 다른 터치벨 여러 개가 놓였다. 손으로 가 볍게 치자 영롱한 음이 터져 나왔다. 간단한 악보가 주어지고 곧 서 툰 연주가 시작됐다. 순서에 따라 자기 앞에 놓인 터치벨을 누르자 한 음, 한 음이 모여 노래 한 소절이 완성됐다. 신중하게 호흡을 맞춰야 했지만 간혹 실수가 나와도 기꺼이 웃어 넘겼다. 즐겁고 단순한 행위 를 통해 함께 성취감을 느끼며 참석자들 사이에 연대감과 안정감이 싹트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상담사가 여러 감정이 적힌 카드를 꺼냈다. 카드에 적힌 감정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 설명하면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게 임이 시작됐다.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 사람이 마음속 묻어놨던 감정 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일전에 내가 쑥 뜯으러 갔는데, 아는 동생이 많이 뜯었거든. 나는 거의 쑥이 없었어. 조금 나눠 주길 바랐는데 안 줬어. 그때 내 마음이 이랬어.”
질투나 분노, 좌절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찾아내면서 서로 공감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수 많은 오답 끝에 누군가의 입에서 ‘서운하다’가 나오자 카드를 쥔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의 감정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언젠가 그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상담사는 “이 게임을 통해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것이에요. 그게 바로 상처를 덜 받고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인거 같아요.”라며 세 사람의 마음을 위로했다.

고민도 잊고 마음 편했던 시간

다른 사람의 감정 카드를 읽어냈으니, 이젠 그 사람에 대해 말해볼 차례. 키보드에서 또다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지. 사랑 노래 불러주는 워워어…, 다들 이 노래 아시죠? 내가 아는 누구는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실 수 있 을까요?”
상담사가 참석자를 차례로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자 여기저기서 새 로운 노랫말이 들려왔다. 인정 많고, 요리 잘 하고 솜씨 좋고, 마음도 넓다는 칭찬이 나왔다. 상담사는 앞 다퉈 쏟아지는 가사를 하나도 빠 짐없이 멜로디에 실어 불러줬다. 동료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말 하는 것에 주저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서로 믿고 배려 하며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왔던 것처럼.
악기 연주와 함께 스스로 노랫말을 짓고 부르는 것은 음악치료의 주요 단계 중 하나다. 내면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미래로 나갈 수 있게 된다.
키보드 전원이 꺼지고 음악이 멈추면서 약 두 시간에 걸친 음악치유 프로그램이 끝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잠깐이지 만 고민도 잊고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어서 다른 세상에 왔다 가는 것 같았다는 참여자들. 세 사람은 음악이 주는 위로에 힘을 얻어 오늘의 일상으로 담담히 걸어 나갔다.

악기로 감정표현

참여자들과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여름 분위기와 어울 릴만한 노래를 함께 불러본다. 여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 기 하고, 그 느낌을 나타낼 수 있는 악기를 선택한다. 노래를 들 으며 자신의 느낌을 선택한 악기로 표현하고 한 사람씩, 그리고 다같이 합주를 해본다. 자신의 느낌을 리듬악기로 표현하는 음 악활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 속의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타인의 요구에 맞는
행동 취하기

여러 명이 참여해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걷다가 음악이 멈추면 발걸음도 멈추기를 반복해 본다. 그 다음은 음악이 멈췄 을 때 만난 상대와 가위바위보를 해 승패를 가린다. 음악을 바꾸 고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고 동상처럼 멈 춰진 형태를 취하게 한다. 음악 한 곡이 끝나면 서로 역할을 바 꿔 보도록 한다.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이 동작을 취하는 경험 은 남의 생각과 행동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능력을 증가시키 는데 도움을 준다.

노래 <내가 만일> 개사

가수 안치환의 <내가 만일>이라는 노래를 익숙해 질 때까지 불러 본 후, 이 곡에다 자신이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 는 낱말을 넣어 노래 불러본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 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노래 릴레이 게임

2~3개로 팀을 나눈 뒤, 팀별로 노래 부르기를 한다. 단, 참여자 들은 ‘동요’를 불러야 하고, 한 번 불렀던 곡은 다시 부르지 않기, 진행자가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부르기 등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여러 차례 진행하여 거침없이 흥겹게 노래를 부른 팀 이 승리하는 것으로 한다. 이러한 오락활동은 각자 선택한 활동 에 스스로 참가하여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협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 참고자료 <행복을 주는 음악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