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하는 딸에게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읽다가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구에서 예쁘고 고마운 내 딸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 엄마는 너를 생각할 때는 제일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너무 오랜시간 ‘도박’이라는 욕망의 늪에 빠져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내 꽃을 방치했던 지난날이 후회스럽구나. 엄마가 20대 때부터 도박에 빠져 너에게 상처를 많이 줬지?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고 도박장으로 퇴근하면서 너와 함께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구나. 게다가 도박으로 인해 아빠와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결국 이혼하면서 엄마가 힘들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1학년 밖에 안된 너를 할머니집에 맡겼지. 마음의 상처가 컸을텐데 그때는 너의 입장을 생각해 보지 못한 것 같구나.
이후로도 끝이 없는 도박의 세계에 살면서 너에게 모진 말도 많이 했지? 한번은 함께 도박하던 지인의 딸이 자살을 하고 유서에 도박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의 글을 남겼다는 얘기를 하면서 너는 도박하러 나서는 나에게 원망의 말을 했었지. 나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그 딸이 더 못났다고 소리 지르며 너에게 화를 내고 돌아섰어. 엄마는 지금도 그때의 상황과 말이 후회로 남아 있단다. 도박에 빠지니 감정이 피폐해지고 가정경제는 바닥을 치면서 모든 것에 예민해졌던 것 같아. 그러면 안되는데 너에게 짜증을 내고 신경 써주지 못했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제야 너의 모습이 보이더구나. 울고있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현실의 난관을 벗어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구나. 마음은 단도박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막연하게 생각만 있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 정말 그런거 같아. 강원랜드 도박중독센터를 알게 되고 상담을 받으면서 점점 희망이 생기더구나. 단도박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니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기더라고.
딸아, 기억나니? 엄마가 주변 사람들에게 단도박을 선언했을 때 말이야. 네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엄마, 당신 손녀가 사랑스런 눈길로 엄마가 제일 좋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나도 엄마가 그렇게 좋았어. 엄마가 도박하러 나갈 때 슬펐어.”라는 말을 하는데 부끄러워 차마 네 얼굴을 볼 수 없었어. 그리고 얼마후 스트레스와 균형이 깨진 생활로 위암에 걸려 입원해야 할 때, 해준 것도 없는 못난 부모지만 너를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붙잡을 수밖에 없었어. 부족함 많은 엄마가 미웠을텐데 제주도에서부터 먼 길을 달려와 곁을 지켜주니 참 좋더구나. 어버이날에는 미리 봉투를 보내고 전화로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 너의 말 한마디가 감동으로 다가왔어. 평소 애정표현에 인색한 엄마지만 너에게 “내 딸 00는 나의 꽃이야”라고 말했지. “나는 영원히 엄마의 꽃이고 싶어요”라고 답하는 너의 목소리에 눈물이 솟아올라 황급히 전화를 끊었는데 눈치 챘으려나? 그래, 너는 나의 영원한 꽃이야. 이젠 엄마도 비바람이 불어도, 모진 바람이 불어도 소중한 나의 꽃을 영원히 지키려고 노력할게. 나의 남은 생은 너에게 미안한 마음 갚으며 네가 더 예쁜 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갈게.
딸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 나의 꽃을 지켜주고 싶은 엄마가
너는 나의 꽃
묵묵히 기다려 준 내 딸아!
고마워
조건없이 늘 같은 자리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믿어주고 사랑해 준 딸.
미안한 마음 가득이지만, 이젠 사랑하는 마음을 더 많이 담아주기 위해 편지를 들었다. 언제나 내 편이었던 딸에게 보내는 마음 편지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