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지키며 여유로웠던 삶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여행사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경숙 씨의 모습은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미국, 유럽 등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나라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새로운 경험을 접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는 해외에 나가면 관광뿐 아니라 놀이 삼아 카지노도 방문하곤 했다. 일본에 머무를 땐 돈 5만 원을 손에 쥐고 파친코 게임을 했지만, 돈의 득과 실을 떠나 재미를 느끼는 선에서 즐기는 수준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한번은 미국 라스베가스 여행 중 남편과 카지노를 방문해 500불 단위로 게임을 하는데, 어느 순간 손해만 보니 아쉬움에 계속 돈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만류했다. 덕분에 선을 지키고 무탈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에 속고 울고 남은건 상처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믿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주변엔 경숙 씨를 이용하려고 유혹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친한 친구와 여행 삼아 카지노에서 왔다가 1300만 원을 잃고 억울해 하는 친구가 안쓰러워 돈을 빌려줬지만 그 돈을 다 받지 못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우연히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만난 딸아이 학부 형과 어울려 지내며 새로운 게임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말았다. 딸아이 학부형에게 2억 원이라는 큰 돈을 떼이는 상처만 남아 강원랜드에 발길을 끊기로 결심했다.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했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돈 빌려갔던 지인을 찾았다는 제보를 듣고 3년 만에 다시 강원랜드로 향했다.
하지만 이것이 다시 도박중독의 수렁으로 향하는 걸음이였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카지노에 입장 했지만 쉽사리 돈을 주지 않았다.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게임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 됐다. 점점 카지노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고 더불어 게임시간도 늘어나면서 손실 금액도 커졌다. 하루 200만원 잃으면 그만 두자고 마음 먹었지만, 순식간 에 1700만 원을 잃으니 억울함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성과 현실의 괴리감이 생기면서 도박의 늪은 점점 더 깊어졌다. 돈을 따주겠다고 접근해 오는 일명 카지노 앵벌이에게 돈을 맡겼다 잃기 일쑤였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을 떼여 또다시 마음에 상처만 받고 주머니는 텅빈 상태에 이르렀다. “이때 멈췄어도 늦지 않았을텐데, 본전 생각에 미련을 버릴 수 없겠더라고요. 강원도로 거주지를 옮기고 수시로 카지노를 오가게 됐어요. 그리고 갖고 있던 땅과 재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 했죠.” 10여 년 간 게임에 빠진 결과 그녀는 가족도 돈도 잃고 빚만 남았다.

지금은 행복한 마음 부자

그를 희망의 빛으로 이끌고 간 사람은 동네 이웃이었다. 식사하러 가자는 제안에 함께 차를 타고 얼떨결에 따라간 곳은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였다.
정 많고 사람 좋아하던 그는 전문위원과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 또 오라는 약속에 신뢰를 지키고자 센터를 재방문한 것이 10여 차례. 센터에 오가며 동병상련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회복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도 다니면서 조금씩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문위원은 조금씩 회복되는 경숙씨에게 영구정지를 권유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손실액이 떠올라 받아들이지 못했다. 굳게 닫혀있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단도박 회원들의 경험담이었다. 회원들의 영구정지 결심 계 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경숙 씨에게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전문가, 지인들의 이야기보다 같은 처지에 있는 회원들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동요 되더라고요. 그들의 모습이 제 모습 같으면 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후회스럽더라고요.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희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을 얻은 경숙 씨는 카지노 영구정지 신청을 하고 강원랜드 중 독관리센터 교육을 받으며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화려했던 시절은 다 지나고 현재는 생활보호대상자가 됐고, 등교 도우미를 하며 월 50~60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않고 조금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젠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지금은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돈은 적어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지내니 오히려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재의 삶에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경숙 씨는 마음 부자가 됐다.

“지금은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돈은 적어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지내니 오히려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