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힘, ‘우리’
9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막 마치고 상경한 옹알스의 표정은 밝았다. 희극인들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독자적인 브랜드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옹알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스케줄러에는 일정이 가득했고, 연말에는 대학로 정기 공연도 재개하기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성공한 개그팀이라는 말이 꼭 맞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고난으로 힘든 시절이 있었다. 해외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을 때, 리더 조수원 씨가 암에 걸렸을 때, 미국 라스베이거스 진출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가 그랬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옹알스의 힘은 ‘우리’였다. 리더 조수원 씨는 이렇게 말한다.
“혼자 활동할 때와 달리, 멤버로 활동한다는 것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팀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되니까요. 함께라면 두려운 것도 없고요.”
어느덧 13년차를 맞이하는 옹알스. 그 오랜 시간 마음 단단히 함께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회생활 중 사람과 부딪히는 가장 큰 원인은 자존심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때는 서로 존중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이라고 생각을 하면 이해가 되는 점들이 있어요. 이제는 우리 멤버들이 가족 같기도 하고요. 하도 자주 보니까 할 말도 없다니까요!”
인터뷰 곳곳에서 옹알스 멤버들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그리고 그 든든함을, 다른 사람들도 얻기를 바란다고 한다. “세상에 자기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내민 손을 알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찾아보면 누군가가 항상 손을 내밀고 있어요. 그 손을 잡고 일어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을 넘어 더욱 넓은 세계로
그렇게 옹알스 멤버들이 함께 마주하고 있는 세상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중동이나 중국, 캐나다, 일본, 영국 등 하도 외국에서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공연 내용도 다문화 국제 사회에 맞는 내용으로 다듬어졌다. “나라마다 금기시 되는 것들이 있어요. 검지와 중지로 만드는 V 사인을 손등 쪽으로 보여주거나, O.K 표시를 보여주면 욕이 되는 나라가 있어요. 남성에게 귀걸이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 여성 관객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서는 안 되는 나라도 있고요. 저희는 대사가 없으니까 더욱 조심을 해야 하는 부분이죠. 그런 부분들을 고치면서 웃음은 지키려다보니 오히려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재미있는 상향평준화된 작품이 완성됐어요.”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바쁜 와중에도, 옹알스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옹알스가 ‘함께 논다’고 표현하는 일이다. “공연장에 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합니다. 칭찬을 많이 해 주시지만, 힘들고 궂은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저 저희가 좋으려고 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쓰임’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되고, 힘이 나는 일이니까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 즐겁게 놀 수 있을 만큼 하려고 하고 있어요.” 하박 씨의 말에 더해 조수원 씨가 말을 이었다. “암을 앓으면서 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의무’나 ‘시혜’의 마음으로 하는 봉사는 바로 느껴지더라고요. 봉사를 하러 갈 때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마음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기에 옹알스가 추천하는 봉사활동은 ‘재능기부’가 아닌 ‘재능나눔’이다. 함께 어울리기에 좋고, 재능을 닦는 과정 자체도 즐거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웃음의 힘
무대에서, 때로는 재능나눔으로 여러 사람을 만났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멤버 하박 씨가 어느 귀여운 편지 앞으로 안내했다. 에딘버러 공연 때 관객으로 온 아이가 주었다는 팬레터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였어요. 자폐증은 자기 속에 갇히는 병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좋아해주고 표현해주었다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라 인터뷰 때마다 자랑하고 있습니다.”
옹알스는 언어도, 나이도, 닫힌 마음의 문도 넘을 수 있는 ‘웃음의 힘’을 믿는다.
“웃음이 곧 치료제라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이 저희 공연을 통해서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옹알스가 세상과 교류하는 방법은 언제나 ‘즐거움’이었다.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다른 이들이 웃는 것이 저희에게는 강렬한 중독이었죠. 때문에 이 길을 걷게 되었고 동료도 찾게 되었어요.”
자신을 실현하는 방법과, 사회가 행복한 방법이 일치하는 삶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옹알스는 오늘도 행복하다. 행복한 옹알스가 바라는 다음 목표는 전용관이다! 제 3, 제 4의 옹알스가 안정적으로 공연을 하기 위한 발판이다. 라스베이거스 진출의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기 위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옹알스. 그 즐거운 이름을 더욱 자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