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CC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영구출입제한’을 결정한 날부터 저를 상담해주시던 ‘김00 전문위원’의 말을 무조건 따르기로 했습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표류한 것처럼 막막했던 제게 나침반이 되어주셨거든요. 하지만 KLACC 전문위원이라는 직책을 추천하셨을 때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했습니다. 30년이란 긴 시간을 도박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던 제가 전문위원이라며 단도박을 위해 조언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부끄러워 낯까지 발개졌습니다. 혹시 실수하면 김 전문위원에게 누가 될 텐데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 저를 김 전문위원님은 다독여주셨습니다. 중독 전문위원이란 스스로 중독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헤아려야 하는데, 저는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서요. 그 마음을 믿기에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면 누구 못지않은 훌륭한 전문위원이 될 거라며 제게 새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주셨죠.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고, 변함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김 전문위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일에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금의 제 삶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귀가지원’ 상담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귀가지원은 본인 요청 출입제한 제도인데 한 번 받으면 3년간 카지노에 출입하지 못해요. 정말 집에 돌아갈 돈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단도박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죠. 좋은 일이지만 당사자는 저를 찾아오기까지 무척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때문에 그분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 귀기울여 듣고, 힘든 결정에 지지를 보내요. 물론 재출입 시 생기는 불이익도 설명해 드리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단도박 후 긍정적으로 변화될 삶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돕죠. 큰 결심을 하신 만큼 귀가 시 ‘영구출입제한’을 권유하는데, 제 앞에서 ‘영구출입제한’을 약속하고, 안정적인 삶을 되찾으면 다시 돌아와 인사드리겠다고 말씀해주실 때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단도박 결단 경험이 KLACC 전문위원으로 일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도박에 빠졌던 옛 모습을 떠올리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먼저납니다. 살아계실 때 용서를 빌지 못해 지금도 벌건 생채기로 남아있죠.
2년 전 일이었어요. 한 남성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곧 무너질 것 같은 모습에서 너무나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힘겹게 꺼내놓는 말을 들으며 도박 때문에 고통받았던 제 지난 시간이 스쳤습니다. 가족까지 고통받는 모습도 똑같았어요. 그와 함께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저는 제가 보내온 시간을 고백하며 그에게 단도박을 권유했습니다. 아니 진심으로 부탁했어요. 저처럼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 어머니 속만 태우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 평생 가슴 치며 살지 않길 바랐거든요.
그는 ‘영구출입제한’을 약속했죠. 어머니께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함께 보내겠다며 다짐했습니다. 그 뒤 자주 통화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있는데, 영구출입제한을 신청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건강을 찾아가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줘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가장 뜻깊고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KLACC은 카지노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예방활동으로 단도박 회복자 4명으로 구성된 현장예방활동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6년 5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현재까지 센터장님을 비롯한 전 직원의 응원 아래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죠. 이 현장예방활동단 프로그램에 한몫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KLACC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독관리센터’라는 말이 조금은 무겁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KLACC을 찾아오셨던 마음을 떠올리며 조금의 용기를 더해 노크해주세요. KLACC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진심 어린상담과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결심이 단단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어디에서도 터놓지 못한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점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작은 결실도 함께 기뻐하며, 더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또한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이용객의 과몰입과 회복자의 재발예방을 위한 활동으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도 드리고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