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카지노에 들어섰던 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일확천금은 아무에게나 오는 행운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간절한 내 마음을 누군가 읽어주기라도 한 듯 한동안은 운이 따랐죠. 그런데 마지막 한 번, 깔끔하게 끝내자고 시작한 게임에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바닥 아래 또 다른 바닥이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죠. 그렇게 끝없는 카지노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한 명, 두 명 제 곁을 떠나가며 가족과 친구들은 “네 삶을 좀 돌아봐”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두려웠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돌아보는 순간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거든요.
‘희망씨앗찾기’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는 더 그랬습니다. 말이 좋아 ‘힐링’이지 결국 제 자신을 마주해야 할 텐데 그건 너무 두려웠거든요. 그래도 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권유한 한 사람 덕분에 못 이기는 척 따라갔습니다. 행사 장소로 가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는 순간 왠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더군요. 오랜만에 보는 아주 환한 풍경이었어요. 행사가 시작되고 곁에 앉은 사람들과 통성명하고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이, 전과는 다른 의미로 저를 잊었어요. 눈이 벌겋게 충혈되도록 게임에 몰두하던 나, 사랑하는 이들의 조언과 충고가 싫어 귀를 막았던 나, 그런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1박 2일의 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말 그대로 저는 아주 작은 희망의 씨앗을 하나 찾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만나는 일부터 시작하기로요. 그날로 거울을 사서 현관에 걸었습니다. 잔뜩 화가 난 듯한 표정의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저 남자의 표정이 편안해질 때까지, 열심히 거울을 보기로 했죠.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지금, 거울 속 남자 그러니까 제 얼굴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나와 만나다 보면 제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질 날도 곧 올거라 기대해 봅니다.
- ‘희망씨앗찾기’ 참가자 정은철(가명) 님

‘희망씨앗찾기’란?
카지노 고객들 중 장기간 도박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습관성 도박에 빠진 이를 위해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와 잃어버린 희망을 새겨보고 새 출발에 대한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기획했다. 연 4회,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