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현재 도박에 중독된 분들과 많은 상담을 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박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도박중독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도박을 하고 있을 때는 잠도 안 오고 배도 안 고파요. 그만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지칠 때까지 하게 돼요” 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십니다. 스스로 자제를 해야한다는 인식을 하고 계시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의 뇌가 중독이 되면 도대체 어떻게 변화하길래 자신이 선택한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1950년대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의 실험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됩니다. 그들은 쥐들이 레버를 누르면 뇌에 전기자극을 받을 수 있는 실험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쥐들은 전기 자극이 주어지면 깜짝 놀라거나 펄쩍 뛰면서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부 쥐는 레버를 눌러보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레버를 누르더니 심지어는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마다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레버를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행동을하는 쥐의 전기자극이 주어진 부위를 찾아 이 곳을 ‘쾌락충추’라고 하였습니다. 쾌락중추는 뇌 가운데 안쪽 복측피개영역에서 전뇌부분에 이르는 도파민 뉴런경로 대부분을 말하며, 이 영역을 보상회로라고도 부릅니다.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영역의 활동때문인데 음식, 술, 담배 등을 갈망하는 것도 이 쾌락중추활동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2. 쾌락중추가 중독과 연관이 깊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중독이 된다.’라는 건 쾌락충추가 비정상적인 활동을하여 뇌에 병이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도박을 끊고자 노력하는데도 오히려 불안하고 우울감이 느껴지는 등의 금단증상이 대표적입니다. 도박을 할 때 베팅금액조절이 어려워지는 것, 시간감각이 없어지는 ‘시간왜곡’ 증상으로 인한 도박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 자신이 해야할 중요한 일들도 잊어버리고 도박에 빠져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두는 뇌에서 발생한 생물학적인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3. 그렇다면 도박중독으로 인해 병이 들어버린 뇌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일반적인 방법에는 심리치료, 약물치료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중독치료의 연구결과를보면 기존의 치료방법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 됩니다.
1970년대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의 ‘쥐공원’이라는 연구인데 그는 평소 약물중독실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먼저 그는 철창에 쥐 한 마리를 넣고 마약이 든 물과 그냥 물을 주었습니다.
각기 다른 쥐들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한 결과, 대부분이 약물이든 물에 집착하며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산더 박사는 철창 속에 여러 마리의 쥐를 넣고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온도와 빛을 조절했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난감과 같이 놀 여러 마리의 쥐들로 철창을 채운것입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단 한 마리의 쥐도 마약이 든 물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쥐공원’ 실험입니다.
이후 박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쥐공원’ 실험과 유사한 결과를 찾아내게 됩니다.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20%가 헤로인에 중독되었기에 전문가들은 그들이 사회로 복귀하였을 때 마약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95%가 가족에게 돌아가 금단증상도 없이 약물을 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알렉산더 박사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중독은 단순히 뇌에 생긴 병만이 아닌 ‘관계나 소통의 부재로 중독자극을 찾게 되는 증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안전한 사회망이나 다양한 관계가 중독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Q4. KLACC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치유방법 역시 같은 맥락인가요?
네, 맞습니다. KLACC에서 다양한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입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단도박을 유지하는 회복자분들을 유심히 살펴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서는 KLACC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집단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은 물론 관계나 새로운 경험에 집중하시곤 합니다. 이러한 결과에 부흥해 KLACC에서도 동기강화캠프, 남성/여성 단도박 모임, 봉사활동, 협동조합 모임, 여행(女幸)모임, 동료상담사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경험과 배움,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며 삶을 회복해 나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Q5. 위원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의 뇌 가운데에는 본능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쾌락중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앞부분에는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고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며, 삶에있어 중요한 가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추론충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적당한 햇살 아래 산책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스스로를 타이르고 삶의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추론중추의 힘을 기를 수 있겠지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쾌락중추에만 집중하느라 잃어버린 삶의 조절 능력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러니 도박중독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약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일상 속의 작은 기쁨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력히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