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보호 모니터링 시스템, 건전게임지킴이

날이 부쩍 쌀쌀했던 지난 11월 22일. 오후 5시가 되자 카지노 입구로 모여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도박중독 예방 홍보자료가 들어 있는 상자를 나르고, 테이블과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바쁜 이들의 몸에는 모두 ‘건전게임지킴이’라는 띠가 둘려 있었다. 이 날은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도박중독 예방 캠페인을 펼치는 날이었다.
건전게임지킴이는 카지노 고객에 대한 도박중독 예방 및 도박문제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한 KLACC의 모니터링 시스템이자 예방·치유 네트워크이다. 200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위기 고객 초기 개입, 과몰입 고객 현장 상담 등 카지노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함은 물론, 다차원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을 위해 KLACC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03년도에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우리 카지노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것이죠. 연구 결과, 중독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중독된 줄 깨닫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나 직원이나 다른 전문가, 혹은 제3자는 외연적인 행동만 봐도 중독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가 끝난 후,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는 고객 접점부서 직원들로 구성된 건전게임지킴이를 만들었죠.”
KLACC의 강성군 전문위원의 말처럼,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은 게임테이블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하거나, 상황실에서 고객을 지켜보는 등의 일을 하는 고객 접점부서의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독의 기미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이들로 구성된 것이다. 건전게임지킴이는 현장에서 고객들을 지켜보며 상담과 예방 캠페인을 펼치면서 지금까지 약 50여 명의 중독 고객들을 KLACC 치유 및 회복 프로그램으로 연계했다.

건전게임지킴이는 카지노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으로대처함은 물론,
다차원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을 위해
KLACC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발적 참여와 역량강화로 위기고객 관리

건전게임지킴이의 또 다른 특징은 고객 접점부서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센티브나 추가적인 혜택 없이 건전게임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강성군 전문위원은 건전게임지킴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봉사’와 ‘희생’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건전게임지킴이 활동 초기에는 단원들에게 상담과 중독 예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건전게임지킴이는 고객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효과적인 상담을 하고자 자격증을 따는 등 역량강화를 시작했다.
“건전게임지킴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원들의 역량강화였습니다. 중독 고객에 대한 이해와 상담 스킬도 자격증도 없는 상태에서 고객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시작된 것 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의지가 있는 만큼,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에 참여하고 스스로 공부해왔습니다. 건전게임 지킴이 4기 활동을 하던 단원들 중 지난 2월에 6명이 한국심리학회 산하의 중독상담사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이분들 모두 개인의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시험을 봤기 때문에 고맙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다른 단원들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니 내년 2월에 자격증을 받는 사람이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날 열린 도박중독 예방 캠페인은 건전게임지킴이가 자신들의 활동내용을 점검하고 고객 보호 활동과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준비한 ‘제2차 역량강화교육’의 일환이었다. 캠페인 준비에 앞서 건전게임 지킴이 단원들은 세미나실에 모여 과몰입 고객 상담기법, 도박중독자를 위한 멘탈 피트니스 등의 전문가 강의를 받았다. 오전부터 계속된 강의에 지쳤을 법도 하건만, 강의를 듣는 건전게임지킴이 직원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강의 내용을 끊임없이 메모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물론, 직접 강의 내용을 녹화하는 등 자신의 역량 강화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였다. 이 열정은 당연히 고객 보호와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것이었다.

고객은 물론 직원 보호에도 앞장서다

건전게임지킴이단이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직원 대상으로도 중독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군 전문위원은 고객은 물론 카지노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중독 예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있는 직원이, 직원의 입장에서 다른 직원에게 도박중독 예방 교육을 해야 합니다. 카지노 종사자들 역시 도박중독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데, 같은 직원이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캠페인이 끝나고 우리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도박중독 예방에 필요한 것을 건전게임지킴이가 강의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직원 중독 예방 교육을 위한 역사적인 첫날인 셈이죠. 사실 직원이 직원에게 교육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날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며 효과적인 교육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의 중독 예방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날 캠페인은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이루어졌다. 5시부터 이어진 캠페인 준비가 마무리되고 5시 30분경, 본격적인 캠페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고객 대상 캠페인은 고객들이 드나드는 카지노 입구에서, 직원 대상 캠페인은 직원들이 다니는 직원식당 앞에서 펼쳐졌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은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카지노를 드나드는 고객들에게 인사했다. “퀴즈 풀고 상품 받아가세요.” 상품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진 고객들이 금세 캠페인 장소로 모여들었다. 퀴즈 내용은 건전게임을 위한 O, X 퀴즈였다. 간단하고 기본적이지만 도박에 중독될 경우 쉽게 잊어버리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안에 들어가서 게임하다 보면 잊기 쉬운 내용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캠페인을 통해 다시 알려주니 내가 그동안 어떻게 게임을 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또 건전게임지킴이단들이 웃으며 안내해주고, 또 가족처럼 챙겨주니까 나 스스로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상품이 궁금해 캠페인에 참여한 고객들은 어느새 건전게임지킴이에게 받은 도박중독 예방 자료를 진지하게 읽으며 다시 한번 건전게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이 고객 접점부서의 직원들이어서인지, 몇몇 고객들은 마치 친구와 이야기하듯 웃으며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과 건전한 게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건전게임지킴이 운영의 가장 큰 힘은 단원들의 의지입니다. 자기 가족의 일처럼 고객들을 상담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공부하며 자격증을 따는 일은 의지와 희생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캠페인을 지켜보며 고객들을 안내하던 강성군 전문위원은 이런 의지와 희생, 봉사 정신을 공유해서 고객과 직원을 보호하고, 나아가 회사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캠페인이 끝나고 건전게임지킴이 단원들은 직원 대상 중독 예방 교육준비를 위해 또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될 시간이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보다도 보람찬 미소와 희망의 빛이 가득했다. 건전게임지킴이는 앞으로도 꾸준한 예방홍보와 교육을 통해 카지노를 여가로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MINI INTERVIEW

김 석 관•건전게임지킴이 4기 대표
카지노 매출 향상과 고객 보호, 건전한 게임 문화로 이룰 수 있습니다.
카지노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고객님들이 중독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우리 회사에서도 고객들을 보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때마침 건전게임지킴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3기부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 영업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카지노 매출 향상과 고객보호라는 양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건전게임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도박중독 예방으로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고 회사 이미지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고객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벼운 여가로 느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활동할 생각입니다.
김 현 주•건전게임지킴이 4기
직원 중독 예방 교육에도 더욱 힘쓰고 싶어요.
카지노에서 만난 고객님 중 단기간에 도박에 중독된 분이 계셨어요. 나중에는 냄새를 맡는 데 모든 것이 카드 냄새로 느껴질 정도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건전게임지킴이를 통해 출입정지를 신청하고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세요. 그동안 저에게 도박중독으로 힘들었던 일들을 얘기하시더라고요. 중독이나 상담과 무관한 인생을 살아오다가 건전게임지킴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처럼 많은 고객님을 만나고, 그만큼 고객님의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항상 중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직원들에게 중독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더 널리 알려주고 싶어요.
이 미 선•건전게임지킴이 4기
고객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여가로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저는 카지노에서 다소 거친 성격의 고객님들을 많이 만나면서 중독 예방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건전게임지킴이 활동은 그래서 제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활동하고 중독에 대해 공부하면서 고객님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또, 이번 역량강화 교육에서 회복자한 분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와 게임을 많이 하셨던 분인데, 단도박을 하고 중독 예방 공부를 하셔서 우리에게 중독 예방에 대한 조언을 해주러 오셨더라고요. 중독 예방 활동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서 카지노는 여가로서 즐기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