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끝나야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굴레
20대 시절,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에 맛을 들인 것이 꺼지지 않은 불씨가 되었다. 모아두었던 돈을 탕진하고 가족과 친척들에게 거짓말을 일삼아 돈을 꾸다가, 더 이상 돈을 구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건설회사에 취직한 후에는 성실하게 일하며 빚도 다 갚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이었으면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 속 해피엔딩 같았을 테지만 비극은 다시 시작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회사 동료들과 함께 강원랜드 출입을 시작한 것이다. 함께 갔던 동료들은 모두 직장으로 돌아갔지만 민석 씨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곳에서 돈을 빌려 가며 도박에 몰두하다가 더 이상 돈을 구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야 다시 건설회사로 돌아가 빚을 갚았다. 하지만 여유가 생기자 동료들과 함께 다시 강원랜드로 갔다가 혼자 남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위기감에 3년 정지를 했을 때도 있었지만 우습게도 영구 정지가 풀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꼴이 되니 일상이 도무지 나아지질 않았다.
2015년 12월 어느 날, 자신만의 의지로는 제어하기 힘든 악순환을 끊고 싶다는 생각에 모진 마음을 먹고야 말았다. 멀쩡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카지노로 달려가 돈을 탕진하는 삶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이어지면서 주체할 수 없는 회의가 밀려온 것이다. 갑자기 연락이 끊긴 동생을 찾아내느라 고생한 누나가 없었다면 그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누나의 설득으로 중독 치료도 시작했다.
“부모님이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느냐, 부모님 살아 계시는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누나의 애달픈 말이 가슴을 후벼 팠어요.”
가슴 설레게 하는 꿈을 찾다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산 사이 부모님은 더 노쇠해져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연락할 때마다 행여나 아들이 잘못될까 봐 땅도 팔고 집도 팔아가며 돈을 마련해 주었던 부모님이었다.
“돈을 구하려고 안 해 본 거짓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음주운전을 하다가 크게 인명사고를 내었다며 부모님을 놀래킨 적도 있었으니까요. 아들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은 땅도 팔고 집도 팔았는데 저는 그 돈으로 도박을 하고 또 날리고….”
6개월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단도박을 시작한 지 2년째 접어들었다. 아주 가끔 복권이라도 한 장 사볼까 생각하다가 금방 마음을 고쳐 먹는다.
“예전에는 ‘이것 하면 돈을 딸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신기하게도 ‘어차피 잃을 건데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아요.”
매달 한 번씩 치유 상담을 받으며 다시 솟아오르려는 습관을 다 탈탈 털어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도박욕구가 똬리를 틀 틈도 없다고 말한다. 요즘 그를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은 따로 있다.
“퇴원 후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빵집에 취업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아서 쉽지가 않더라고요. 앞으로 뭘 하며 먹고 살까 고민하던 차에 박기쁨 전문위원님과 상담을 하면서 하이원베이커리 재활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하이원베이커리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이원베이커리에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은 후 고향으로 돌아가 빵집을 차리는 꿈을 꾸고 있는 민석 씨.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빵집’이라는 간판이 달린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그는 빵집 주인장이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을 스스로 만들 생각이다.
* 본 칼럼은 KLACC을 통해 단도박에 성공한 사례자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