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CC

부정적 습관을 고치며 자신을 알아가다

지난 5월 8일, 하이원호텔에서 진행된 심신통합치유 프로그램 마지막 회차 교육이 있던 날. 강사의 진행에 따라 20명 남짓한 회복자들이 짝을 지어 마주 보고 앉은 채 열심히 리프레싱 마사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까이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았으니 서로 어색할 만도 한데 스스럼없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팔을 내민다. 회복자들끼리의 친밀감이 드러난다.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10주간에 걸쳐 10회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
“그동안 KLACC에서 주로 진행했던 심리적 치유 중심의 프로그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체적 치유 프로그램을 병행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통합적 치유를 추구하는 심신통합치유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어요.”
심리 치유 강사로 참여한 KLACC 조상희 전문위원은 10회의 프로그램을 신체활동, 야외활동, 체험활동, 강의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회복자들이 좀더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KLACC 전문위원뿐만 아니라 힐리언스 선마을 강사, 정신과 전문의 등이 참여했다. 힐리언스 선마을 강사들이 진행한 신체치유 프로그램은 신체이완 방법을 배움으로써 우리 몸의 감각과 오감을 깨우고 도박중독으로 인해 만들어진 부정적인 습관들을 바로 잡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KLACC 전문위원이 진행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은 심리검사와 아로마테라피, 숲해설 등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도박욕구와 감정조절 능력을 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심신통합치유 프로그램에는 KLACC 전문위원이나 힐리언스 선마을 강사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회복자 출신의 강사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총 5명의 회복자 출신 강사들이 참여했는데 숲해설, 아로마테라피 강좌를 맡아 진행했다. 이들은 KLACC에서 지원하는 회복자 대상 전문강사 양성 프로그램,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회복자들이다. 이들이 프로그램에 강사로서 재능기부에 나선 것. 이들의 참여는 회복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복자들도 대부분 단도박을 하고 직업재활을 꿈꾸는 사람들이라 재활동기를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조상희 전문위원은 “회복자가 직업재활을 통해서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회복자들을 대상으로 강사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숲해설가의 꿈을 키우며 이번 프로그램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한 회복자도 있었습니다.
회복자가 강사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참여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새 출발한 사람들의 커뮤니티, 단도박 상태 유지에 자극제

심신통합치유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는 10회에 걸친 프로그램을 수료한 회복자들의 참여소감 속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박의 재발을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어렵게 영구정지라는 큰 결단을 내려도 주변에 온통 카지노 무용담을 자랑하는 지인들밖에 없으면 불안해져요. ‘괜히 영구정지를 한 것은 아닐까’ 슬며시 후회도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영구정지를하고 새 출발을 시작한 사람들끼리 자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좋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심신의 치유도 받고 회복자들끼리 대화도 나누며 단도박의 의지도 다질 수 있었어요.”
“오늘 프로그램에 참가해 손끝이 안 닿는 곳까지 마사지를 하고나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졌어요. 매번 느끼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KLACC에서 진행하는 회복자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참여해 보았지만 대부분 단발성이라 아쉬웠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10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밸런틱, 프롭, 폼롤러 등 소도구를 이용한 신체이완 테라피로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하는 회복자들도 있었고 심리테스트를하며 자신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회복자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의견을 꼼꼼하게 청취한 KLACC의 조상희 전문위원은 “향후에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좀더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MINI INTERVIEW

Q. 숲해설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nswer. 도박의 위험성을 느끼며 여러 차례 정지도 해보았지만 번번이 재발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던 차에 우연히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정태영삼 투어 버스’를 타게 되었죠. 그러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되었고 내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후 카지노 생각이 날 때마다 수도 없이 정태영삼 투어버스를 탔고 힐링을 얻었어요. 어쩌면 자연이 도박을 끊는 계기가 되어 준 셈입니다. 그후 KLACC에서 회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했는데 숲해설가가 눈에 띄었고,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자연환경해설사 자격증도 따게 되었습니다.

Q. 현재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Answer. 숲해설가로 본격적인 활동은 2017년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원랜드 내 에코투어뿐만 아니라 정선국유림에서 위탁 운영하는 SM에코에서도 활동 중입니다.(정선군에서 활동하는 숲해설가는 총 5명) 또한 정선군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숲해설을 전담하고 있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힐리언스 웰리스 코치 2급 자격증도 획득했습니다. 앞으로는 숲치유사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방송통신대학에서 공부를하고 있죠. 정말 많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네요.

Q. 회복자 신분으로서 심신통합치유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한 소감이 어떠한가요?

Answer. KLACC에서는 영구정지를 한 사람들의 재발방지를 돕기 위해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도 단도박자로서 이번 심신통합치유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에 회복자로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죠. 모두가 영구정지를 한 회복자들이지만 재발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분들이 희망을 갖고 재활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죠.

Q. 회복자라는 신분이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Answer. 도박을 통해 많은 것을 잃은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신 강원랜드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KLACC의 지원을 받으며 숲을 더 좋아하고 잘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디 가서도 내가 회복자라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어요. 지나간 일들에 대해 후회하며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습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Q.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nswer. 친구 따라 왔다가 결국 이곳을 떠나질 못했습니다. 3~4년쯤 전부터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앞이 캄캄했죠. 방황할 무렵, 친구가 함께 단도박에 도전해보자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KLACC의 지원을 받아 작년에는 컴퓨터 자격증도 취득했고요. 사실, 강원랜드에 처음 왔을때만 해도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도 제대로 보낼 줄 모르는 기계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발전이네요. 요즘에도 미래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카지노에 대한 욕구도 사라진 것 같아 뿌듯해요.

Q. 어떤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요.

Answer. 매번 설레는 마음으로 옵니다. 오늘은 또 어떤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을까, 매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도 늘 가볍네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성찰하게 만듭니다.

Q. 10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마친 소감을 알려주세요.

Answer. 10회차를 꽉 채우고 싶었는데 불가피하게 딱 한 번 빠졌어요. 첫날이 밸런틱 요가 프로그램이었는데 정말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요가였고 힐링이 되었어요. 이후에도 계속 기대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Q.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nswer. 최근에 카지노 출입정지를 결정하고 마음이 좀 경직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여전히 내 주변에는 카지노 출입을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들을 보면 ‘내가 괜히 출입정지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어, 다른 단도박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Q. 몸과 마음의 치유를 통합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요?

Answer. 강의만 듣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금세 지루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 10회를 다 채웠네요. 아로마테라피로 비누도 만들고 여러 소도구를 활용한 요가도 재미있게 배웠고, 바깥에 나가 산책도 즐겼습니다. 카지노에만 있으면 산책을 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자연 속에서 숲해설도 들으며 힐링이 되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다 유익했어요.
무엇보다 내가 카지노를 영구정지시키길 잘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좋았습니다. 앞서 말한 고민에서 벗어나 지금은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Answer.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된다면 회복자들이 사회적응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단발성 프로그램이었다며 먼 길을 가려고 했다가 되돌아오는 것 같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하니 꾸준히 먼 길을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