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대로 갔을 뿐인데…

오늘 천만 원을 따도 일주일을 채 수중에 지니질 못하는 게 그다. 그, 정국(가명)의 생활은 칩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있다가 또 카지노에 가서 없애는 일이 수백 번씩 반복되곤 했다. 출입일수를 꽉 채우며 살아온 게 어느덧 십수 년. 카지노에 있다보면 거기보다 쉽게 돈을 만질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돈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결국 다 뺏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자각을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카지노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 돈이라, ‘조금만 더 베팅을하면 일확천금이 내 수중에 떨어질 것 같다’는 환상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어느 날 정국은 카지노를 벗어나리라 결심도 했었다. 잠시는 바깥세상에서 막노동을 하며 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수중에 돈이 생기면 또 카지노를 찾기 시작했다.
“안되겠어. 내 의지만으론 안돼. 도움이 필요해.”
정국은 홧김에 ‘영구정지’를 결정한다. 마치 어린아이 손에 쥐여준 매력적인 장난감처럼, 칩을 가지고 이리저리 놀게 하다가 결국 뺏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에 결정해버렸다. 홧김이었지만, 당시 ‘영구정지’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정국은 카지노주변을 맴돌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인생 2막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정국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경북 영주에서 택시기사로 생활하기 시작한 것. 카지노에서처럼 큰돈을 만질 일은 거의 없지만 마음만큼은 더없이 편하게만 느껴졌다. 카지노를 벗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떠나면 무엇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다. 이제는 몸을 움직여 돈을 벌다 보니 굶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 친구들이 묻는다. 어쩐 일이냐며, 다신 카지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냐며….
“카지노에서 생활할 때는 돈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해 정신적으로 늘 시달렸었어. 되돌아보면 한꺼번에 수천만 원을 따도 실제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돈이 아니었지. 이미 카지노에 중독된 사람들은 10억을 딴다고 해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할 거야. 영구정지 아니었으면 나도 마찬가지였겠지. 이런 걸 ‘신의 한수’라고 하던가?(웃음)”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자 친구들도 이내 따라 웃는다. 잘 왔다며 어깨를 토닥인다. 카지노를 떠난 지 어느새 2년째. 이제는 정국의 기억에서 그 시간들은 지워버렸다. 예순을 앞두고 있는 정국의 일상은 여느 직장인들처럼 출퇴근을 반복하는 아주 평범한 삶이 시작되었다. 8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휴일에는 영주 서천강 둔치로 산책을 나가는 여유도 즐긴다. 서천강 둔치로 노을이 내려앉을 때면 주마등처럼 홀로 싸워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늘 같은 풍경을 보며 정국은 다시 마음을 먹는다. 앞으로의 삶에 어떤 고난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돈에 대한 욕심과 집착에 시달리는 삶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 본 칼럼은 KLACC을 통해 단도박에 성공한 사례자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