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자의 진정한 사회 복귀를 돕는 시간
도박중독 회복자들에게 일상으로의 복귀 과정은 더디게 느껴진다. 단도박을 결심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사회의 시선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KLACC은 회복자들의 사회통합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일자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복자들에게 사회 복귀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협동조합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강원도 정선군 남면 엔젤 농장에서 열린 ‘2021 KLACC 협동조합 워크숍’에는 회복자 협동조합 조합원들과 회복자 협동조합 설립 희망자, 초기 단도박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오랜만의 만남에 들뜬 회복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은 후, 본격적인 워크숍이 시작됐다. 고한사북대리운전 협동조합, 살아있네 강랜푸드 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표 협동조합들의 소개와 경험담이 이어졌고, 다음 순서로 문화창작소 극단 광부댁의 공연이 진행됐다. 도박문제 회복자와 지역주민 19명으로 구성된 극단 광부댁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춘천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선보인 도박중독 예방연극 <사북오거리 황금식당>은 도박문제로 돈과 직업,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주민들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며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복자들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하며 관람했고, 일부 회복자들은 눈물을 닦으며 연극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는 이들도 있어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시간으로 기억됐다.
연극이 끝난 후에는 체험 프로그램인 비누와 고추장 만들기가 진행됐다. 비누 만들기는 회복자 강사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비누 베이스를 소분해 전기레인지로 녹이고, 글리세린과 색소, 오일 등을 섞은 후 틀에 부어 굳히는 과정을 거쳤다. 워크숍 참여자들에게 나눠줄 비누를 만들기 위해 여러 명이 역할을 분담했고, 포장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비누 만들기 강사로 참여한 미진 씨(가명)는 “오늘 강사로 참여한 분들 모두 봉사정신이 투철하세요. 회복자 모두에게 직접 만든 비누를 나눠줄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네요”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비누를 만드는 옆자리에서는 고추장 만들기가 동시에 이뤄졌다. 엔젤 농장에서 회복자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엿질금 물에 찹쌀가루를 넣어 끓인 다음 고춧가루, 메주가루, 조청, 소금, 소주, 개복숭아 효소를 넣어 섞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회복자들과 함께했다. 살면서 처음 고추장을 만들어본다는 회복자는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고, 고추장 만들기에 자신이 있다는 회복자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엔젤 농장 관계자는 여럿이 함께 만들어 더 맛있는 고추장이 될 것 같다면서, 회복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회복자 협동조합 교육을 받은 적은 있지만 워크숍은 처음이라는 영선 씨(가명)는 “광부댁 연극이 정말 감명 깊었어요. 고추장 만들기도 굉장히 유익했고요. 이렇게 즐겁고 감동적인 워크숍일 줄은 몰랐네요.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또한 극단 광부댁 공연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한 전영민 센터장은 “회복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과거로부터 해방되는 모습,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안고 사는 모습을 보니 뿌듯합니다. 오히려 제가 행복을 나눠 갖는 느낌이에요”라며 이런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도박중독 회복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KLACC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