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CC의 미래 이끌 도박중독 재활 전문가
전영민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장
“KLACC과의 인연은 오래됐습니다. 아마 설립 초기부터일 겁니다.” 올해 8월 부임한 전영민 센터장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강원랜드에서 국내 최초로 도박중독 회복자들의 직업재활을 위해 빵 공장 ‘하이원 베이커리’를 설립할 때 자문을 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이후에도 그는 KLACC 상담 전문위원들과 치료에 대한 협력을 꾸준히 해왔다.
도박중독 재활 전문가로 알려진 전영민 센터장은 중앙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를 취득하고,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재활부장을 거쳤으며, 현재는 한국중독심리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KLACC이 사행 산업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어느 기관보다 열정적으로 사업을 해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번 센터장 공모에서 도박중독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KLACC은 각종 도박과 관련된 개인, 가정,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해 예방 및 치료 활동을 지원한다. 전영민 센터장은 중독재활과 관련된 다년 간의 경험을 갖고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예방 및 치료 전문가의 시선으로 봤을 때, KLACC은 카지노 게임이 이뤄지는 현장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자 강점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지역에 있는 상담센터와 달리, 중독 위험이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선별해 중독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이 KLACC의 핵심 정체성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도박중독으로 악화된 이후에는 치료를 위해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독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랜드 내부 통계에 따르면 카지노 이용자들의 90%는 1년에 14일 이하로 출입하면서 여가생활을 즐기지만, 약 10%가 15일 이상 출입하며 카지노 게임에 과몰입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영민 센터장은 이들이 카지노 게임에서 이기고자 하는 강한 욕구에 몰입되어 스스로의 행동이 위험수준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절력을 잃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애주가들은 적정 음주량이 하루에 1병 정도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음주행동을 조절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는 “중독으로 전개되기 전에 중독이 발병할 위험이 높은 수준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카지노 이용객들의 행동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험신호가 탐지되면 예방적 피드백(Preventive Feedback Intervention)을 즉시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현재의 위험행동에 대한 인식증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라며 이러한 피드백을 받은 이용객들은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조절하면서 회복탄력성(Resiliency)을 되찾는다고 전했다. 이것이 바로 KLACC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책무이자 고유한 강점이라는 의견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박중독 예방 노력 기울일 것
"앞으로 KLACC은 도박행동을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한 이용객의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정성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영민 센터장은 도박중독 재활 전문가로 일하며 다양한 내담자들과 만나왔다. 특히 그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근무하며 도박중독 내담자들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치료서비스 전달체계와 치료효과 평가체계를 구축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낀 순간은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회복자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큰 힘을 얻게 됩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KLACC을 카지노 게임으로 인한 중독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혁신적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으로 첫째, 저위험 카지노 게임 행동기준(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알코올 중독과 관련해서는 10여 년 전부터 저위험 음주 행동기준(하루 5잔, 주 1회)을 마련해 효과적인 예방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캐나다와 호주에서 저위험 도박행동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영민 센터장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한 달에 몇 번, 한 달에 얼마, 한 번에 몇 시간을 하는 것이 저위험 도박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많은 도박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위험 지점을 지나치게 되어 결국에는 습관화된 중독행동으로 전개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카지노 이용객들의 중독 위험도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온라인 선별체계 구축이다. 카지노 이용객들에게 오프라인 선별 척도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중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는 조금이라도 위험에 노출된 고객을 촘촘하게 찾아낼 수 있는 온라인 선별체계를 갖추는 것이 저위험 행동기준을 마련하는 다음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선별된 중독 위험 고객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피드백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저항하지 않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콘텐츠가 생긴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상담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영민 센터장은 “그동안 KLACC이 카지노 게임 이용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문지기 역할을 해오면서도 그 정체성에 대해 이런 저런 오해를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KLACC은 카지노 이용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보호하겠다는 심정으로 위험한 도박행동을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한 이용객의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정성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저위험 카지노 게임 행동기준 개발, 온라인 조기개입 서비스를 통해 도박중독 예방의 최전선에서 노력하겠다는 그의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