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불신의 힘을 믿으세요
먼저 시작은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단도박을 결심하였다는 것 자 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 속에서 많은 유혹을 경험 했고, 때로는 제자리걸음 하는 자신을 볼 때, 내가 정말 여기로부터 벗 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하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생각은 나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 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생각이 당신을 더욱 굳건하게 지켜줄지도 모르 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빙판길을 아주 무서워한답니다. 걸음 걸이가 곧지 않고 코어에 힘이 부족해서 미끄러질 거라는 두려움에 빠 지기 때문이지요. 그런 걱정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빙판길에서 넘어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답니다. 자주 넘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난 절대 넘어지지 않아!” 하고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지요. 도박 중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난 이제 전부 치료되었어”, “나 스 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 하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가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 는 불안은 오히려 당신 스스로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마치 빙판길에서 조심조심 걷느라 미끄러지지 않는 제 모습처럼 말이지요.
뇌가 당신에게 말해요, 출발! 혹은 정지!
먼저 우리가 유혹으로부터 연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 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의지와 자신의 조절 능력으로 스스로 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건 단단한 착각일 때 가 많지요. 우리의 뇌에는 신기한 두 가지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인 데요. 하나는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뜨거운 충동 시스템’이 고, 다른 하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차가운 억제 시 스템’입니다. 뜨거운 충동 시스템은 즐거운 무언가를 향해 지금 당장 ‘출발’하라고 당신을 부추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많 이 먹게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씻지도 않고 바로 드러눕게 하고, 어 떤 사람에게는 술을, 쇼핑을, 게임을, 그리고 당신에게는 도박을 하고 싶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반대로 차가운 억제 시스템은 이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합니 다. 지금 하고 있는 즐거운 방향으로부터 ‘멈춰!’라며 막아서지요. 뚱 뚱한 사람에게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샐러드를 먹게 하고, 게으른 사 람을 일어나 씻게 하고, 술을 줄이고, 돈을 아끼고, 도박을 멈추도록 해주지요. 당장의 쾌락보다 계획과 목표를 중요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충동 시스템은 언제나 빠른 속도로 반응하고 억제 시스템은 느리게 반응하지요. 그러다 보니 언제나 실수를 먼저 하고 후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뇌가 이렇게 생겼다고 하니 즐거움에 빠 져 중독되는 것이 특별한 누군가의 잘못, 그러니까 당신의 잘못이라 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겁니다.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 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피난 처가 필요했을 수도 있고, 너무 무료해서 즐거움을 찾았을지도 모릅니 다. 어린아이가 천둥 치는 밤에 이불 속에 숨듯이, 심심해서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 듯 말입니다. 그 순간 하필 도박이 당신의 앞에 사냥감 처럼 나타난 것이지요. 도박을 하는 동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지만, 다행인 것은 당신의 차가운 억제 시스템이 늦게 라도 열심히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 이고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지요.
뇌가 출발하라고 말하는 순간
뜨거운 충동 시스템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순간에는 통제하기 어려워 집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을 회피하거나 즐거움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 지는 순간이 있지요. 당신의 뇌에는 여전히 뜨거운 충동 시스템이 존재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런 상황을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답니다. 이 런 순간을 특히 조심하세요!
- 나에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 우울함이 느껴질 때
-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 부당하게 처벌받는다고 느껴질 때
- 돈이 생겼을 때
- 다투거나 분개할만한 일이 생길 때
- 도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 자신에게 화가 날 때
- 삶에 넌더리가 나고 실망스러울 때
- 압박감이 몰려와 도망치고 싶을 때
- 도박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 도박을 떠올리는 것과 함께할 때(도박장, 복권, 술집)
-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 차가운 억제 시스템이 그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뜨거운 충동 시스템이 당신을 유혹하고 당장 출발하도 록 만듭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충 동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것이지요. 운동과 같이 에너제틱한 취미 활동을 만들어 다른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한다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 는 것처럼 지금 당장의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대 안들을 마련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잘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세요
이미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노력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입니다. 비록 그 실수의 시작이 나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지 라도 말이지요. 노력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도록 칭 찬해 주세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나만의 작은 미션을 정하는 것입니 다. 일주일 동안 도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션 성공, 돈이 생겨 도박에 대한 충동이 생겼을 때 이 돈을 더 좋은 곳에 사용한다면 미션 성공. 이와 같이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세워놓고 성공할 때마다 평소에 가 지고 싶었던 물건이나 하고 싶었지만 힘들어서 미뤄두었던 활동을 자신 에게 선물하세요. 이런 경험이 또 즐거움이 되어 우리 뇌가 건강한 방향 으로 출발 신호를 보내도록 만들어줄 테니까요.
실패는 없습니다
단도박자를 포함한 많은 중독 치료자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는 성공 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일 년을 노력해서 잘 버텨왔 을지라도 단 한 번 유혹에 빠지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하 고 좌절하지요. “에라 모르겠다, 이번 생은 망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하면서 과거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도박중독은 성공과 실패로 나 눌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목 어딘가에 있다 고 생각해야 하지요.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탐험가를 상상해보세요. 도 달하고 싶은 정상에 단단히 루프를 걸어놓고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 해 힘겹게 발을 옮깁니다. 그러다 때로는 미끄러질 때도 있지요. 그 순간, 한 걸음 미끄러졌다고 모든 걸 포기한 채 양손을 놓고는 바닥으로 추락 해버리나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예상보다 조금 더 걸리겠지만 다시 위 로 올라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버티다가도 넘어지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한 순간 때문 에 모든 것을 놓아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자리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 음가짐,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중요하지요. 실패는 없습니다. 성 공, 그리고 성공으로 가는 길목 어딘가,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혹시 넘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믿어주는 만큼 내가 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키프로스’라는 지역에 조각가 ‘피그말리온’ 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 지역은 성적으로 문란하기로 유명해 피그말리온 은 여인들에게 진절머리가 나 있었지요. 사랑을 거부하고 조각상을 만들 기에 여념 없던 그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어냅니다. 그러고 는 사랑에 빠지고 말지요. 조각상에 반해버린 그는 매일 밤 조각상을 여 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터무니없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도 를 들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정말 조각상을 살아있는 여인으로 만 들어줍니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에 감동한 것이지요. 그래서 두 사람은 영원히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이런 마법과도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이야 기합니다.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부르는데요. ‘나는 이런 사람이 될 거 야’라는 간절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마법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런 사람이 될 만한 행동을 하고,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 면서 실제로 그런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마치 피그말리온의 조 각상이 사람이 된 것처럼 간절함이 원하는 모습을 이끌어준다는 것이지 요. 그래서 이런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누구에게나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 있습니다. 예쁘거나 멋있지 않은 얼 굴, 공부를 못하는 지능, 운동을 못하는 체력, 그리고 통제력이 부족해서 어떤 것에 쉽게 빠져드는 중독 성향일 수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 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라며 좌절한다면 결국 그 기대에 맞는 사람이 되 어갑니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라는 기대를 간절히 가 진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처럼 말이 지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난 해낼 수 있어” 혹은 “나는 또 실패할 꺼야”, 어떤 모습이 되길 기대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