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부모님은 서로에게 굉장히 다양한 호칭을 사용합니다. 이름을 부르기도 하 고, 여보나 당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애칭을 부르기도 하죠. 아무 의미없이 무심코 부를 수 있는 호칭이기도 하지만, 저는 부모님이 부르는 호칭을 들으며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누군가의 엄마로 부르신 적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저를 통해 부르는 것 빼고는 항상 어머님의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아버지께서 자주 부르는 호칭은 어머님의 이름인 “자영 씨”였습니다. 지금도 자상하게 어머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어머님의 있는 그대로를 봐 주시는 아버지 덕분에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 되어야 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를 나타내는 호칭을 잘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 다. 결국, 사람 사이에 불려지는 다양한 호칭이 각자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고 생각하게 된거죠. 서로에게 존재 자체를 각인 시켜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신의 이름 석자보다 누구의 엄마와 아빠로 삶을 살아오셨을 것 입니다. 본인의 삶을 잃어버린 체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부모님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삶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친근하게 불러야 하겠죠.

김연지 작가의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떻게든 만나게 될 사람은 어디선가 꼭 만나고 만나야만 할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만난다. 이것이 내가 믿는 사람의 연이다. 인연,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그것은 분명 사람의 일이며 사람의 힘이다. (…) 우리는 서로를 향해 온힘을 다해 다가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도저히 닿을 수가 없는 곳. 그곳이 사람이다.
저는 위의 문장 중에 마지막 문장 가슴이 움직였습니다. 그곳이 사람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 가는 삶에서 많은 의미를 찾게 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것은 사람의 힘이라는 거죠. 우연한 만남 또한 사람의 힘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어떠한 장소에 가고자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그 장소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감동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 봤던 영화의 한 대목에 ‘운명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인연이라는 다리를 놓아준다’라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살다 보니 인연이라는 것이 쉽게 이루어지지도 않고 쉽게 끊어질 수도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인연이라도 ‘당신’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해주는 대사입니다.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고스란히 당신이라는 상대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 상대 에게 마음이 닿게 하기 위해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게 힘을 써야함을 또다시 느끼는 겁니다.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서로에게 많은 감동을 남겨주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억여행 같은 많은 경험들이 잊혀지지 않게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 두는 일,
일기를 쓰는 노력도 아끼지 마세요.


‘당신’이라는 단어에 대해 최갑수 작가는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이라는 책 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당신은 내 생의 오래된 책갈피. 내가 겪은 일들의 전부. 아, 당신이라는 현기증. 당신이라는 눈물겨운 문장. 나는 오늘도 당신이 사라질까 두려워 당신을 옮겨 적는다네.
제가 최갑수 작가의 글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들어가 있는 꼭지입니다. ‘당신’이라는 단어에 대해 ‘당신이라는 현기증’이란 표현은 참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한문장만으로도 ‘당신’이라는 단어의 강력한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다 표현해 내는 것 같으니까요. 심지어, 문장 전체가 당신을 향한 작가의 사랑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듭니다.
여러분들은 위 문장과 같은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나요? ‘당신’이라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나요?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서로에게 많은 감동을 남겨주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억여행 같은 많은 경험들이 잊혀지지 않게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 두는 일, 일기를 쓰는 노력도 아끼지 마세요. 훗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들춰 봤을 때 행복한 서로를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당신! 애틋하고, 그리워하고, 사랑스럽기도하고, 감동이 넘치는 이 단어를 긍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쓸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승환 작가는
에세이를 쓴 작가이자 좋은 글귀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북 테라피스트이다.
SNS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채널을 운영하며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글과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