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도박을 시작하기 전에는 사무용품 제조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건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돈도 제법 모아 번듯한 아파트도 한 채 있었고, 집사람과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었지요.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돈도 잃고, 집도 잃고, 가족도 잃고 급기야는 직장도 잃고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가 않더군요.
그리고 막상 도박은 끊으려고 했지만 끊기는 정말 쉽지 않더군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도박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열심히 번 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지만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이 듭니다.
그러다가 올해 KLACC에서 진행하고 있는 ‘명상인문학여행’에 다녀왔습니다. 전문위원님께서 한번 쉬고 온다고 생각하고 참가하라셔서 나오게 됐는데 정말 즐거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좋은 구경을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되니 정말 도박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오랫동안 좋은 것을 보면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분들도 가족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앞장 세우고 가을에는 행복한 나들이를 해보고 싶습니다. 전문위원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행복하고 싶다는 소망이 희망’이라고요.
- 명상인문학 여행
- 게임 과몰입자를 대상으로 하여 2박 3일간 삶의 지혜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인문학을 매개로 하여 강의 및 야외활동 등을 통하여 도박을 잊고 바람직한 삶을 배우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