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상담실에서 각기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찾아오는 내담자들을 만납니다. 이분들의 생채기를 살펴보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갈등이 많다는 것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선을 넘는다.'라는 말을 쓰는데요, 내가 정한 안전한 선은 여기야! 라고 정해두었는데 상대방이 동의도 없이 불쑥 그 선을 넘어버리기도 하고 선을 넘어왔는데도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 마음의 병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선을 서슴없이 넘어오는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이 많다는 게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지켜야할 일종의 '선', '경계', '최소한의 매너'가 있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 선을 자꾸 침범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사람마다 그 기준과 견뎌내는 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교통법규처럼 '빨간불에는 절대 건너면 안 돼' 하는 명확한 규칙이 없고 개인마다 다른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의 선은 스스로 정하고 보호해야합니다.
J는 마음이 여리고 공감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J를 편하게 생각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J에게 조언도 구하고 어려운 부탁도 잘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J에게는 늘 일이 몰립니다. 상사나 후배들도 늘 일처리가 빠르고 잘 거절하지 않는 그녀에게 부탁을 하는 게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 졌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도 J는 아내, 엄마, 며느리 역할을 해내느라 늘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J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큰 병원에서 검사를 앞두고 J는 이전처럼 많은 일들을 떠안을 수가 없었지요. 그렇다고 해도 스스로의 책임을 미루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 내가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고 헌신했으니 당연히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주위 사람들은 각자 삶을 살아가느라 바빠 J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했습니다. J는 이전처럼 일을 다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지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원망감이 생겼습니다.
J의 사례에서 마음의 선을 지키는 법을 살펴볼까요? J는 흔히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일수도 있고 나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돌봐주고 그러면서 보람을 얻고 타인에게 사랑을 받는 방식이 매우 익숙합니다. 타인과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정말 중요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 방식이 자칫 내가 지나치게 헌신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유지가 되어 온다면 타인이 나의 안전거리 즉 선을 넘어오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알아서 내 '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선' 은 늘 내가 정해야하고 그것을 주위에 알려야합니다. 각자가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은 그때, 그때, 다른데요, 그것을 잘 알아차리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 연구의 권위자인 데니얼 시겔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을 물잔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물잔이 큰 대접과도 같다면 스트레스라는 소금을 한 스푼 섞었을 때 살짝 감칠맛이 도는 물일 것입니다. 그런데 내 몸과 마음이 지쳐서 물 잔이 작은 간장 종지 만해졌다면 비록 소금을 한 스푼만 넣는다고 해도 너무 짜서 마실 수가 없을 겁니다. 이처럼 소금의 양인 스트레스의 정도가 같더라도 내 상태에 따라서 그것은 충분히 견딜만한 것일 수도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소금을 적게 넣으면 되지 않나요?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내가 가진 잔이 이렇게 작은데 알아서 소금을 적게 넣어주면 좋을 텐데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몸이 이렇게 아픈데, 내 마음이 이렇게 상처가 큰데 주위에서 알아줬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를 좀 돌봐줬으면 이렇게 기대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살아가다보면 적시적소에 마음의 위로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외부의 사랑으로 내 마음의 상처를 해결하려다보면 자칫 문제의 열쇠를 외부에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거나 사랑해주어야만 마음이 편해진다면 마냥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법
1. 스트레스를 견디는 스스로의 물잔의 크기를 키우도록 해보세요.
물잔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은 몸의 건강을 돌보는 것을 포함하는데요, 천천히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집니다. 코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으로 더 천천히 내쉬는 겁니다. 내쉴 때 우리 몸을 안정시키는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박동도 안정시키고 몸을 이완시켜줍니다.
2.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세요.
우리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시거나 단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피거나 도박을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 쉬워집니다. 때때로 그것을 우리는 소확행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 처음 몇 번 정도는 그리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더 쌓이게 합니다.
3. 오감을 활용합니다.
몸을 부드럽게 쓸어주거나 따듯한 물에 목욕하기, 좋은 향기를 맡거나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는 것은 내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 주는 방법들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귀는 소음에 더 예민해진다는 것을 알고 시끄러운 곳에서 벗어나세요.
4.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다면 메모장에 그 내용을 적고 스스로에게 읽어주세요.
거울을 바라보며 해도 좋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넌 정말 최선을 다한 거야!’ 이렇게 스스로 격려하고 위로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감정을 글로 적고 읽어서 내 귀에 들리도록 해주세요. 타인에게 위로를 받지 못하더라도 스스로의 위로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그 관계를 끊어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선을 넘어온 것을 알리고 보호했다면 잠시 동안 타인과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그릇이 다시 커진 상태에서는 이전처럼 사람들과 유연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습니다. 내가 힘들고 지친 상태일 때 선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서 타인들과 과도하게 단절하게 되면 또 외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의 선은 내가 정하고, 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