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엔 영원할 것만 같은 인기를 누렸던 톱스타들도, 세월 앞에서는 무너졌다. '50대 여배우'가 설 무대는 많지 않았다. 주름진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혹은 작품 속 적어진 비중이 속상해 스스로 도망가는 배우들도 많았다. '여왕' 전도연은 달랐다. 나이를 잊고 도전했다. 1973년생 전도연은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꽤 오랜 부침도 겪었다. 영화 <밀양>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칸의 여왕이 됐지만, <무뢰한> 이후 슬럼프에 가까운 침체기를 보냈다. "작품을 하고 싶은데 왜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싶어 힘들었다. 그럴 때 "나 자신을 믿자"고 주문을 걸었다. 잘해낼 것을 의심하지 않고 묵묵히 걷다 보니, 좋은 작품들이 찾아왔다. 긍정의 힘과 자존감으로, '여왕의 왕관'을 다시 썼다.

ThemeInterview-image1 © 매니지먼트 숲

"전도연 원톱으로 투자? 해내야 한다고 주문 걸었다"

"전도연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투 썸즈업(Two Thumbs Up)!"(할리우드 리포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공개되고 난 후 찬사가 쏟아졌다. 칼과 도끼를 든 킬러 전도연이라니. 자신의 덩치보다 더 큰 상대방을 제압할 때는 "멋있다"는 감탄사가 쏟아지고, 피가 낭자한 상황에서 상큼하게 웃는 이율배반적인 전도연의 모습은 전율을 일으킨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변성현 감독이 기획 단계부터 전도연을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다. 자신을 주연으로 100억원대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과연 투자가 될까" 싶었다. 끝내 변 감독이 투자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내야 한다"고 주문을 걸었다.

사실 전도연에게도 액션은 큰 도전이었다. 그녀와 가장 먼 거리에 있던 장르이기도 했다. '악바리 근성'으로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고, 절주와 식단 조절을 했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등근육은 그렇게 탄생했다.

"제가 <길복순>을 선택한 것은 몰랐기 때문에, 용감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두려움 앞섰을 텐데 정말 몰랐어요. '전도연에게 뭐가 더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건 내 몸이 좀 부서져도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막상 하니까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죠."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해내기에 벅차, 후회할 여유조차 없었다. 후회할 시간에 연습을 한 번이라도 더했고, 쉬는 시간에도 연습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운동에 매달렸다.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를 악물었고, 마침내 완벽한 킬러로 탄생했다. "첫 장면부터 찢지 않았냐"라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그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환하게 웃는 내 얼굴, 내 눈에도 예뻤다”

<길복순>의 전도연이 '멋짐'에 방점을 찍었다면 <일타스캔들>의 전도연은 사랑스러웠다. 일타강사 치열(정경호 분)을 향한 설레는 감정, 연애에 흠뻑 빠진 달콤한 눈빛, 그리고 애틋함까지. 전도연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건강한 미소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타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 가게 열혈 사장 행선(전도연 분)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깊은 감정선의 멜로연기를 주로 해왔던 전도연이, 참으로 오랜만에 통통 튀는 로맨스를 연기한 것.

전도연은 "밝은 캐릭터를 잘할 자신이 없었다"라며 한차례 거절했다. 그러나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캐릭터에는 전도연이 적역'이라는 작가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는 "행선이 응원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이다.

"내가 웃는 모습이 예쁘구나 싶었어요. 제가 화면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것이 너무 오래전이었어요. <일타스캔들>에서 환하게 웃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도 보고 싶었던 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연기하면서, 제 진짜 웃음이 나온 적도 많았어요."

물론 10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배우 정경호와의 로맨스를 향한 일부 시청자들의 반감에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지 알았어요. 전 상대 배우의 나이와 내 나이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고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러나 전도연은 여전히 로맨스 연기가 가능한 배우임을, 그리고 그것을 소화할 만한 매력과 연기 내공을 갖춘 배우라는 것을 입증했다. '50대 배우'를 향한 대중의 선입견을 멋지게 날려버린 전도연은 "10년 뒤에도 로코를 할 것"이라며 씩 웃어보였다.

"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굳이 2, 30대 어린 친구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의 나이대가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분명히 있고, 10년 뒤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대의 전유물이 아니잖아요. 나이를 먹는 건 누구든 피할 수 없어요. 결국 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요."

ThemeInterview-image2 영화 <길복순>과 드라마 <일타스캔들> 포스터 © Netflix, tvN

"'나 자신을 믿자'로 슬럼프 극복...소모되는 배우 꿈꾼다"

"눈 뜨니깐 일약스타덤에 오른 배우처럼 이야기해서 자존심이 상하던데요?"

전도연은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과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연달아 두 작품을 흥행시켰다. 'N차 전성기'를 맞은 그에게 "2023년은 전도연의 해가 될 것 같다"고 하자 "전 항상 제 해였던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마치 '새로운 배우'를 발견한 듯한 주변의 떠들썩한 반응을 여유롭게 맞받아치는 전도연이지만, 사실 두 작품은 전도연에게도 의미가 있다.

전도연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배우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한국 여배우 중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칸의 여왕'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었지만, 무거운 무게감이 함께 따라붙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차고 넘쳤지만, 비슷한 배역만 계속 들어왔다. 상업적 흥행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다. '완벽주의'를 추구해왔던 전도연은 남들 모르는 슬럼프를 혼자 이겨내야 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믿음'이다. 전도연은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을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라며 "뭔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나 자신을 믿으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딘다"고 했다.

"전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내가 일을 잘하는지 계속 확인받고 싶고, 내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늘 최선을 다하는 거지,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를 자신 있게 잘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잘하도록 이끌면서 연기해왔어요. 그래서 더 완벽하려고 노력하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은 '버텨낸' 전도연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작품들이다. 누군가는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하지만, 새 캐릭터를 입고 싶었고 그래서 도전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보다 저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나 스스로는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을 하기보단, 안 해 본 게 많다는 생각을 해요."

두 작품이 성공했다고 해서, 성취에 젖거나, 안주할 생각은 없다. 전도연은 지금도 새로운 모습으로 '소모되는 배우'이길 원했다. 이제서야 연기가 천직이라는 것을 느낀다는 전도연은,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소모해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길복순>을 보고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정말 네가 궁금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제겐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제 직업은 제가 잘할 수 있다고도 해도 사람들이 절 믿어주지 않으면 하기 어렵잖아요. 앞으로도 저는 늘 해오던 방식으로, 제게 들어오는 작품에 충실하고 싶어요."

"눈 뜨니깐 일약스타덤에 오른 배우처럼 이야기해서 자존심이 상하던데요?"

전도연은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과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연달아 두 작품을 흥행시켰다. 'N차 전성기'를 맞은 그에게 "2023년은 전도연의 해가 될 것 같다"고 하자 "전 항상 제 해였던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마치 '새로운 배우'를 발견한 듯한 주변의 떠들썩한 반응을 여유롭게 맞받아치는 전도연이지만, 사실 두 작품은 전도연에게도 의미가 있다.

전도연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배우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한국 여배우 중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칸의 여왕'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었지만, 무거운 무게감이 함께 따라붙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차고 넘쳤지만, 비슷한 배역만 계속 들어왔다. 상업적 흥행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다. '완벽주의'를 추구해왔던 전도연은 남들 모르는 슬럼프를 혼자 이겨내야 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믿음'이다. 전도연은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을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라며 "뭔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나 자신을 믿으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딘다"고 했다.

"전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내가 일을 잘하는지 계속 확인받고 싶고, 내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늘 최선을 다하는 거지,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를 자신 있게 잘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잘하도록 이끌면서 연기해왔어요. 그래서 더 완벽하려고 노력하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은 '버텨낸' 전도연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작품들이다. 누군가는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하지만, 새 캐릭터를 입고 싶었고 그래서 도전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보다 저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나 스스로는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을 하기보단, 안 해 본 게 많다는 생각을 해요."

두 작품이 성공했다고 해서, 성취에 젖거나, 안주할 생각은 없다. 전도연은 지금도 새로운 모습으로 '소모되는 배우'이길 원했다. 이제서야 연기가 천직이라는 것을 느낀다는 전도연은,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소모해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길복순>을 보고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정말 네가 궁금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제겐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제 직업은 제가 잘할 수 있다고도 해도 사람들이 절 믿어주지 않으면 하기 어렵잖아요. 앞으로도 저는 늘 해오던 방식으로, 제게 들어오는 작품에 충실하고 싶어요."